2020년

대리방생, 이타행을 거론하는 이에게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11. 6. 16:40

남에게 공덕과 이익을 베풀어주며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이타행, 이행이라고 합니다. 물론 가르침에 보면 그런 생각조차 없이 마음과 몸이 움직여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훌륭하다고 합니다만 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내가 한다', '내가  베푼다'는 상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공덕과 이익을 베풀며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역시 좋은 일이라고 할 것이며 굳이 이름 붙인다면 이타행이라고 하겠지요.

 

오늘 아침 대리 방생을 소개하고 방생 물고기 쇼핑몰을 소개하는 불교 커뮤니티 속 한 불자의 글을 보면서 씁쓸함이 느껴져 글 하나를 적었습니다. 지면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제한되고 글 하나로 상대를 통찰할 힘이 저에게 있는 것도 아니라서 착각이거나 오해일 수 있지만, 글을 보고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생각보다는 잘못된 행, 생각으로 이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카페에 글을 순화시켜 올렸습니다. 왜냐하면 불자로서 조금 더 방생을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을 짓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것으로 시작하더라도 조금은 더 탐진치를 벗어나는 일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다른 게시판에 올렸음에도 제목 때문인지 대리 방생을 소개한 이가 읽고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구복을 위한 지속적인 이타행이 자비심의 증장이 아닐까, 또 일회성의 이타행은 변화를 느끼기가 어려우나 행을 거듭 하면 자비심이 증장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특히 방생을 하고서 육식을 자연스레 줄이게 되는 이가 상당하며 자신도 같은 케이스라고. '

 

좋은 일이라고 생각들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대가 변화하기에 방식이 달라짐을 거부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옷을 입어도 여전히 불교가 불교일 수밖에 없듯이 시대가 변한 것이라고 해도 방생의 본질을 충분히 챙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방생물고기를 사고파는 자체가 이미 자비는 아닙니다. 물고기를 사는 자가 있어서 잡아 파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자비일까요? 복 짓고 싶어 하는 이를 위해 잡아서 돈을 받고 팔고 복 짓고 싶어 하는 이를 위해 잡아서 돈을 받고 풀어주고, 이것은 누구의 자비입니까? 고기 사 먹는 이가 있어 잡아 파는 이가 있다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생의 본질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방생은 이미 포획되어 죽음을 눈앞에 둔 물고기나 새 또는 짐승 따위를 살려보내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대리방생, 방생물고기 쇼핑몰은 우리가 죽게 된 물고기를 사서 풀어주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 듭니다. 또 이 행위가 내 편의, 내 복을 위한 것이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