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마음이 불편해하는 사람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2. 16. 13:12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동료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지난 근무때 내가 행한 업무로 인해 아침 인수인계 자리에서 선임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은터라 조금 신경이 쓰였다. 헤어지고 돌아와 그에 대해 미안하다는 톡을 보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나와 팀을 이룬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고 회의 석상에서 '그에게 주도적인 실책이 있는 것이 아님'을 표현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톡을 보내고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니 그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답없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인간적으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마쳤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사과의 글을 읽고 무엇을 하든 이제는 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편안케 하려는 의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무의미하며 탐진치에 가까운 일이 되기 싶다.


사람들을 마주하다 보면 상대가 참으로 어떠한지 알지 못하는 답답함으로 인해 알았으면 좋겠다는 원을 갖는 때가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수행을 해오면서 정확하지는 않아도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일반적인 육감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예전에는 그 정도가 아니었으니 수행으로 인한 변화로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육감이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보이는 언행 등 여러가지를 통해서 전해지는 사람을 나도 모르는 내가 너무 불편해한다. 진실하지 않아서 무언가를 함께 해도 즐겁지 않으며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도 같다. 지금 나의 근기로는 역부족이라는 내면의 판단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 파트너가 그렇다. 이런 불편함에 대해서 어떤 수준까지 믿어도 되는 것인지, 상대를 어떻게 대하고 넘어감이 서로를 위해 최상인 것인지 잘모르겠다. 이런 답답함이 요즘의 나에게 있다.


이렇게 상대에 대해 좋은 않은 것으로 분별하고 매이는 내가 과히 마음에 들지 않은데, 그저 알아차리고 좋은 것을 바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 않는다. 인위적인 노력이라도 필요한 시점인 것일까. 그래서 요즘 늘 발원한다. 불성의 자비와 지혜에 들기를. 그런 한없는 자비와 지혜로 삶을 밝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