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수행자들의 다툼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1. 27. 20:10

나도 다 이해못할 가르침들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논쟁을 하는 이들을 보았다. 내가 보는 것은 그들의 글속에 묻어나는 마음, 태도였다. 아무리 깨달음이 깊어도 글에서는 자비와 지혜의 불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진정 부처에 가까운 공부자라면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내가 아는 것이 이것이라고 말하는데 그것만이 정답인듯이 말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반말을 험하게 한 것 같고(댓글을 지워 글을 알 수 없지만, 일전에 그의 글을 본 적이 있어서 능히 짐작이 되는 바였다) 한 사람은 상대를 가리켜 '키보드 도인'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주장하고 있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공부가 깊어도 그런 것이라면 크게 배우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 같다. 혹시 나도 그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어떤가. 다른 이해를 받아들이지만 정말 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는 편이다. 사람들의 글을 읽고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의도에 대하여 냉정하게 내 생각을 적는 편이다. 가끔은 자비를 떠나고 방편을 사용함에 능하지 않으며 지혜에서 먼 착각에 머무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그들같지는 않은 것도 같다. 공부를 하고 수행을 한다는 것은 아는 것이 변하는 것으로 출발하여 심성이 변하고 행이 변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사람이 거칠다면 그의 수행은 여전히 초입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도 같다.


상대를 키보드 도인이라고 언급한 이는 스님인 것 같은데, 스스로 말하길 깨달았고 이제 보임수행중이라고 했다. 글을 몇 개 읽어보니 공부가 깊은 것 같기는 하지만(아, 사실 내가 뭐를 안다고 공부 깊다고 하겠는가. ㅋㅋ 그냥 그렇다는 것이고 그래서 글 읽는 것이 괜찮았지만) 글만큼 사람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보임수행이 지속될수록 육바라밀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니 보임수행을 잘 지어가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