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일상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3. 26. 11:05

1. 어제는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지금 인연을 맺고 있는 사찰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함인지 그 넓은 법당에 사람이 없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협시보살이신 대세지보살님과 관세음보살님,  지장보살님, 대조사님, 신중단에 인사를 올리고 불전을 모시고 발원을 하고 왔습니다. 사람으로 인해 소원해진 마음이 불법에 이어진다면 좋은 일이 아닙니다. 가끔 어떤 일들을 통해 말을 건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요? 잊지 말라 하시고 너의 일을 잘 해나가라 하시는 것 같습니다. 


2. 매년 올리던 봉축 연등, 올해는 정말 올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사람들의 일로 인해 소원해진 마음이라는 생각, 그것이 좋지 않다는 생각으로 가족의 등을 올린다고 사찰의 지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전과 달리 마음이 편안하네요. 또 통화 중에 알게 되었는데, 4월이라면 근무때문에 행사에 참석할 수 없을텐데, 5월로 잡힌 행사일은 휴무라 참여가 가능합니다. 가끔 마음자리, 뜻에 따라 일들이 흘러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싫어하는 마음이 깊으면 그 일에 들 수 없게 될 때가 많습니다. 내세울 핑계가 생기는 건데요, 핑계 뒤에 숨을 때가 많습니다. 내 마음이 보이는데 예전에는 그 마음과 역행하는 일을 일부러 했지만, 요즘은 수용할 때가 많습니다.


3. 일전에 혈압과 술에 대해 적은 일이 있는데 요즘 슬금슬금 다시 술병이 도지는지 그렇네요. 그 이후 잠시 술마시지 않았는데, 그제, 어제 간단하게 맥주, 소주를 마셨습니다. 늘 그렇듯 집에서 혼술입니다. 또 게으름 병이 도지나 싶네요. 무조건 많이 읽는 것에 너무 치중하는 것이 길을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든 것까지는 좋은데, 그 이후 너무 나태해진 경향이 있습니다. 저같은 갖춘 바가 없는 이는 양적인 것도 필요하고 질적인 것도 함께 가야 갖춰질 수 있는건데 말입니다.


4. 게으름병 도질 때 증상 중 하나가 자면서 머리맡에 노트북으로 영화나, 드라마, 애니 같은 것을 틀어놓습니다. 조금 보다 잠들고 잠자다가 끄거나 하는데 좋은 습관이 아니죠. 어제는 심야식당 한 시즌의 마지막 회를 틀어놓고(처음부터 틀어놓으면 자동 재생이 되어 너무 오래 틀어져서 일부러 마지막회를 틀기도 합니다.) 누웠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솔직히 잘모를 경계에서 컴퓨터 화면을 보는데 이상한 게 보였습니다. 흘러가는 영상의 한가운데에 흐릿하지만 어떤 여자가 그대로 서있어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는데 화면의 윗쪽에서 여자가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이 이어서 보입니다. 누워있는 사람 위로 천장에서 내려오는 귀신의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딱 그 모습이니 공포영화가 따로 없습니다. 노트북을 덮으면서 '내가 술마시고 영화보는 것을 싫어하는군' 했습니다. 가위눌림과 비슷하다면 다시 잠들면서 힘들었을텐데 그냥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습니다. 


5. 아침, 승현스님의 법문을 읽었습니다. 파바로티에 대한 일화가 나오는데,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자 하면 아무 것도 이룰수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음... 요즘 직장인으로서의 고민이 너무 커지는 것에 대해서, 또 수행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습에 다시 드는 것에 대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장경 분신집회품에 보면 온갖 모습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이렇게 시시때때로 우연인듯 만나지는 여러가지 현상, 법문을 통해 부처님을 만납니다.


여러가지를 적었는데 모두가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불자의 삶은 부처님과 인연되어 끊임없는 교화, 제도, 상호작용 속에서 나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말 순하게 마음을 열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위에 적은 지장경 분신집회품의 여러가지 모습 중 귀신의 모습도 언급됩니다. 중생제도를 위해 귀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하시니, 영상을 보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저는 제대로 제도에 든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