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읽기 껄끄러운 댓글을 대할 때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2. 17. 13:46

오랜만에 카페 고민상담 게시판에 가서 글을 읽다 보니, 적어온 댓글의 내용이 신랄했는지 '때로는 내 글이 조언이 될지, 넘어짚어 기분 상하게 하는 말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는 것을 배우고 간다. 나는 이러지 말아야지 싶다'고 상담자가 대댓글을 남긴 것이 있었다. 댓글은 삭제되어 있었지만 대략 내용은 짐작이 갔다. 댓글 지운 것을 보니 지운 마음도 대략은 짐작이 갔다. 아마도 사려깊은 고민 후에 적은 글은 아니었을 것이고 상담글 적은 이를 지금까지 자신이 많이 봐온, 기도 하나로 소원을 성취하고자 하는 어리석은 이들 중 하나로 보았던 것 같다. 아무튼 내가 2주 전에 겪은 일이 있어서 남의 일 같지가 않기에 조금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나도 읽기 참 껄끄러운 댓글들을 많이 받았었다. 나땡, 니땡, 해땡, 노땡, 느땡 등등등. 사람이다 보니 주고 받는 글 속에서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어리석음이 답답할 때도 있었고 그 어러석음과 묘하게 섞인 악의에는 화가 나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국은 상대가 아닌 나에게 있는 문제에 집중하게 된 것 같다. 그들을 대하는 내 마음씀이 결국은 나이니, 부처님이 누누히 가르치신 자비와 인욕에 가까운지에 대해서는 나를 돌아봐야 했다. 또 유독 나에게만 독하게 달려드는 이들을 보면서 결국은 내가 닦이지 않아 벌어지는 현상이 아닌가에 대해 돌아봐야 했다. 사나운 개도 평온한 사람을 대하면 짖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자, 누군가 댓글을 적었다. 적는 것은 그의 마음이다. 글은 잘못된 이해, 미흡한 이해, 매우 단단하게 고정된 잘못된 시각, 태도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이렇게 던져진 그 공을 당신은 어떻게 받겠는가. 받을 필요가 없다면 받지 않으면 된다. 굳이 받아야 한다면 받아서 반응하는 마음과 행이 당신임을 알아야 한다. 분노하든, 뒤집어지든, 베베 꼬이든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당신이다. 불자임을 자체하는 당신은 다른 이를 평가하려고 수행하는가. 그게 아니라면 댓글을 받았고 댓글을 적는 그 순간의 자신을 알아차리도록 힘써야 한다. 미흡함이 있다면 고쳐나갈 고민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