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좀 마실게요.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5. 11. 18:10

동생이 선물한 와인이 있다.

하나는 다 마셨고 하나는 개봉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것을 오늘 다 마셨다. 낮술이고 혼술인데 살짝 적어보려 한다.


폐가 좋지 않은지 늘 가래가 끊이지 않는다.

이것도 내 짙은 어느 업의 결과일터인데 앞선 생에서의 업과인지, 아니면 금생의 업과인지 모르겠다.

다만 어느날인가는 전생업과인가보다 싶다가 어느날인가는 현생업과인가보다 한다.


요즘은 마음 짓고 행하는 것에 대해 결과가 빠른 것도 같아서 현생업과인가 하는 순간이 많긴 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결과를 일으키는 여러 행에 술이 들어가있다.

술을 마시면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가래가 짙게 목에 붙는 느낌이 강하다. 불쾌한 감각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럴 것이다.

이런 멍청한 사람아, 술마셔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인데 그걸 뭐라고 고민하는가.

그런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고 해두자.


오늘 술한잔 해야지 하는 순간, 이미 깊은 마음은 거부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 은근슬쩍 전하듯 내면에서 '안된다'는 말을 한다.

그런 마음의 소리가 있고나서 나는 어거지로 '마신다'고 하고 음주와 겹쳐지는 부정적인 상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다가 '오늘 좀 마실게요. 봐주세요.'했다.

왜인고 하니 부정적으로 일어나는 상이 자연스러운 흐름, 강한 흐름이라고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아미타불'하면서 얄팍하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내 안의 불성으로 인해, 내가 향하는 불성으로 인해 지금 안전할 것이다.'


지금 나는 안심하고 있다.

처음에는 안심하려 했는데, 이제는 안심하고 있다.

사실 조금 늦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욕망을 따랐고 그 욕망이 밝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은 '좀 마실게요. 봐주세요.'하는 나를 편하게 바라보려 한다.


과거를 돌아보건대 '좀 봐주세요'하는 순간이 꽤 있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는 그 말이 마음에 무겁게 남아있기에 다시 몸과 마음을 일으켰다.

지금도 그래야 할 것이고 전보다는 더 나아져야 하는 일인데 요즘은 좀 총체적으로 난감하다.

점프를 위한 담금질이라고 하기에는 시달리는 현상이 많은 것에 비해서 내면으로 들어가고 부처님을 대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것 같다.


나무아미타불. 언제 어디서라도 늘 부처님과 함께 하길.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