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지금 죽는다면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1. 10. 17:42

카페에 한 스님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한 대담프로에서 '살아가면서의 온갖 걱정,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항상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1분 안에 죽는다면 기쁘게 받아들인다는 마음으로 산다'고 답하셨다는 글이었다.


나도 그런 것에 대해 비슷한 생각,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던지라 조금 적고 싶어졌다. 물론 더 나아갈 바가 많이 남아 있다. 다만 그런 부분에 대해 사유를 했고 한발 들어간 정도가 되었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무튼 스님의 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적어보고 싶다.


먼저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어떤 마음인가. 그것은 지금의 삶에 정성을 다하지만 크게 집착하거나 매이지 않는 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집착이 없으면 결국 걱정이나 스트레스도 한낱 바람에 지나지 않으니 그냥 편안하게 떠날 수 있게 된다. 현실에 충실하나 또한 편안할 수 있는 마음의 경지에 들수록 온갖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두번째 항상 죽음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마음은 떠나는 그 순간이 지금이어도 괜찮다는 삶의 태도를 담는다. 그 태도는 지내는 순간 순간을 온전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것으로 떠나는 순간이 어느 순간이어도 후회가 남지 않으니 평온함으로 이어진다. 지금 이 순간으로 족한 삶이다. 물론 글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서 일상을 통해 스며들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1년 전일까, 조금은 비슷한 마음, 근접한 마음이 되었던 것 같다. 부처님 법으로 공부하면서 오래 살고 싶은 열망이 없어졌고 다만 주어진 현생의 삶을 충실하게 살다가 가급적 원하는 때에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이어도 괜찮을까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아직 두 가지가 마음에 남아있었으니, 부모님을 편하게 보내드리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 떠날 때를 알아서 내 신변을 잘 마무리하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지금 죽는다면 지금 수행모습으로 떠나니 조금 아쉬움이 남을까 싶기도 했던 것 같다. 그것 외에는 대체로 편안했던 것 같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불자의 삶은 그런 것도 같다. 바르게 알면 알수록 집착하지 않으며 순간을 진실하게 살아가려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 과정중이니 온갖 스트레스, 근심, 고뇌에 노출되고 흔들리지만 점차 더 빨리 편안해지고 더 쉽게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지금 죽는다면 어떻겠는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을 충실하게 잘 살아나가자. 좋은 것으로 남을 좋은 일에 힘을 쓰며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마주하자. 머지 않아 스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편안한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