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향기로울 것이며 물들일 것이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2. 20. 14:10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에게 이런 저런 잔소리를 늘어놓고 글을 쓰자니 좀 우습기도 하다. 경전을 읽는다면 정구업진언이 정말 필요하다 생각했으니 말이다. 심한 말은 아니었지만 좀 더 부드러운 말이면 좋았을걸, 말을 아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가 여전하다. 의도가 좋더라도 편협하고 거칠어 상대에게 생채기를 남기는 일이 되면 안될테니 조심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고민, 후회의 시간을 보내면서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어제 우연히 직장동료가 딸과 전화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직장인지 학교에서 어떤 일을 맡게 된 딸에게 '그것을 맡게 되서 힘들겠다... 그게 무슨 이득이 있겠니'와 같은 걱정의 말을 하고 있었는데, 동료의 말을 듣고 이런 저런 생각에 들게 되었다. 주로 '어머니의 저 말이 딸의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까.', 뭐 그런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에 더하여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생각도 잠시 했던 것 같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대상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 중 사람이 주는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바르고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를 만난다면 큰 행운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치우치지 않고 고정되지 않은 마음이라면 상대가 지속적으로 보내는 싸인에 의해 쉽사리 물들기 마련이고, 치우치고 고정된 마음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싸인이 반복되면 마음을 열고 공유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다시 나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과연 나는 어떤가. 주변의 환경과 대상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수행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의 가치, 뜻으로 세상과 교류하는 나는 어떤가. 얼마나 향기로우며 얼마나 향기로 물들이고 있는가. 그러고 보면 어머니와 딸의 대화를 보면서 했던 생각이 수행, 포교와 이어져있는 것도 같다. 향기롭게 만들어감이 수행이요, 향기로 물들여감이 포교 아니겠는가. 그러니 향기롭기 위하여 바른 법을 배우고 그대로 실천하는 노력에 들 것이며 그런 실천자의 행으로 다른 이들을 나처럼 물들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