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누군가 이렇게 전해왔다. 내 글을 즐겨 읽고 있는데 개인적 교류를 하고 싶다고. 개인적 교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자신도 잘모르겠다고 했다.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고민을 잠시 하다가 연락을 했다. 법화경을 사경중이라고 했고 무언가 결핍된 것이 있어 손을 내미는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에 닿으니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별로 마음 편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교류는 하루만에 끝났고 이틀 만에 완전히 종결되었다. 처음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는데 정말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그 짧은 교류에 대해 생각할거리도 이야기거리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 종일 머릿 속에 이어지는 생각들로 경전이 눈에 안들어올 지경이었다. 글로 적는 것이 괜찮을지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그냥 적기로 했다.
대화 중에 스님에 대한 말을 했다. 스님들이 공양을 받는 것을 너무 당연히 여긴다는 그런 말을 필두로 부정적인 견해를 이어서 전했다. 아마도 내가 사찰, 스님에 대한 고민을 적은 글을 보았기에 이런 것에 대해 맞장구를 쳐주리라 기대했던 것 같다. 스님이 된 것만으로도 대단하게 여긴다고 했지만(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온 스님들에게 실망을 많이 했는지 기본적인 논조는 그러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것에 동조하는 것으로 상대와 교류하고 싶지 않았다. 맞장구를 쳐서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좋지 않은 말에 동의함으로써 부정을 강화하고 허물을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경이 적절하지 못할 때 머물고 떠남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나에게 있지 대상에 있지 않다. 사찰도, 스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지 않을 수준이면 떠나면 된다. 물론 업연에 의해 반드시 겪어야 할 인연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인연이라면 피해도 다시 만나게 될테니 만났을 때 잘 견디어 넘어가는 것이 최상이다.
인연맺고 있는 사찰의 스님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기에 그런 스님이라면 멀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에 그는 이런 대답을 했다. 내가 왜 그 사람때문에 절을 안가냐. 그곳의 풍경이 얼마나 좋은데. 그 말을 듣고 많이 당황스러웠다. 할 말이 없어졌다. 절을 가는 것이 단지 풍경때문이라면 스님과 교류없이 그저 절을 방문하면 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교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풍경을 위해 참든지. 아니면 자신의 역량으로 상대를 변화시키든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등산을 하세요.
내가 사찰, 스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구성원으로 머무름으로써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머물고 떠남은 온전히 내 선택이지만 머무르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안에 머무름이 선으로 귀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절밥이 맛있거나 어떤 장소가 마음에 들어 절을 가는 것이 즐겁다면 별로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되지 않을 수준에서 교류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성껏 공양을 했는데 스님이 이상하다면 안하면 된다. 전에 어떤 경전에서 봤는데 공양받을만하지 못하면 공양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와있다. 인연맺은 사찰의 스님이 정말 이상하다면 깊이 교류하지 않으면 된다.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그치면 된다. 그런데 풍경이 좋은데 내가 왜 절을 포기하냐고 하면 솔직히 할 말이 없지 않은가. 무슨 말을 해야 마음이 흡족해지겠는가. 그래, 스님이 참 이상해, 별로야 라고 맞장구를 치면 족한가. 그런데 마음이 잠시 편안한 것 외에 무슨 유익이 있을까. 동일한 환경에 노출되면 다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데. 이런 일시적 마음의 안정을 위해 마음과 입을 더럽혀야 하는 교류라면 머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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