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7

그냥 올라오는 느낌, 생각이 아니다.

예전에 명상교실을 다닐 때, 그곳이 나에게 좋은 곳은 아닐 것이라는 힌트는 수차례 주어졌던 것 같다. 꿈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불보살님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적고 싶어서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을 빠르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모습을 전하고 싶어서이다.  왜 나는 빨리 끊어내지 못했을까. 돌이켜보면 좀 이상하다는 생각과 느낌을 끊임없이 받아 왔는데 왜 상당한 시간을 보내면서 몸의 해를 입는지도 모르면서 시간과 정성을 들였을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내 어리석은 고집 때문이다. 먼저 나는 그곳이 조계종 출신의 스님이 운영하는 곳이고 대단한 법맥을 따..

2024년 2024.12.02

지혜가 겸비된 선의(자비)이길!

처음 불교에 입문하고 지장경을 읽으면서 자비심이 충만해졌다. 개인적으로 지장경은 인과를 가르치는 경이고 자비를 일으키는 경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어느 순간이 되니 모든 대상에 대한 연민이 일었다.  당시 매일매일 개천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이런저런 사유를 하는데 비만 내리고 나면 가는 길목에 지렁이가 눈에 엄청 보이는 거다. 햇빛이 내리쬐니 말라죽을 게 뻔했고 자전거 바퀴나 그저 걸어가는 사람들 발에 밝혀 죽을 것이 눈에 선했다. 철들고 벌레가 징그러워서 손으로 잡지 못하니 나뭇잎을 이용해서 지렁이를 어렵게 길 가로 놓아주고는 했는데 어느 순간이 되니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렁이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어디에 두어야 좋은 일인지 알기 어렵다. 오히려 나의 개입이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2024년 2024.12.01

공왕불 기도자에 대한 생각

적다 보니 아주 길어졌다. 쉬엄쉬엄 읽으시길. 1. 댓글을 읽고며칠 전 공왕불에 대한 글을 대부분 읽었다는 어떤 분이 댓글을 정성스럽게 적어주셨다. 잘 읽었는데 특별히 그에 대한 어떤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오늘 다시 읽어보려 하니 댓글이 없어진 것 같다. 한때 직접 공왕불 기도를 했고 기도자들과 직접 소통했던 경험을 적어주신 것으로 기억한다.   2. 내가 과거 꾸준히 공왕불 기도 관련하여 글을 적은 이유 내가 글을 열심히 적을 당시 마음은 이랬다. '저거 좀 이상한데. 경전에서 말하는 것과 다른 것 같아. 기도를 찾는 절실한 사람들이 편향된 이야기에 넘어가는 것을 그냥 두는 것은 마음이 불편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경전을 보면 이렇게 말하고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게..

2024년 2024.12.01

굴레에 매인 마음

전에 명상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카르마'에 굉장히 심취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카르마를 해결하고 벗어나는 일이 삶(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인 듯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적에는 '카르마'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리곤 했다. 모임을 관둔 후 직접적으로 접촉할 일은 없었지만, 명상 참여의 매개체가 된 온라인 카페에서 종종 올리는 댓글을 보고 '잘 살고 있나 보다.' 싶긴 했다. 그런데 그 댓글에도 '카르마' 내지 그에 준하는 내용을 적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거기 매여 있나 보다 싶었다. 꾸준한 수행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차리는 것에 더하여 변해가겠지만, 자신에게 씌운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 굴레를 알아차리고 벗어나는 것이 아마도 향상일 테..

2024년 2024.11.27

천지팔양신주경에서 말하는 사람

근래 천지팔양신주경을 몇 주 읽고 있다. 좋다. 읽으면서 적어 올리고 싶은 구절이 있었는데 글 쓰는 게 참 쉽지 않다. 적을 것들이 있는데 마음 내기가 쉽지 않아서 오늘에야 적고 있다. 사견에 빠진 중생들을 위해서 여래정견의 법을 묻는 보살에게 부처님은 천지팔양신주경을 설하시면서 먼저 사람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대저 하늘과 땅 사이에는 사람이 가장 뛰어나서 일체 만물 가운데 귀하기 그지없나니, 사람은 바르고 참되어야 하고, 마음에는 허망함이 없어야 하며 몸으로는 바르고 참된 일을 행해야 하느니라. 사람의 인(人)의 왼편으로 삐친 획은 바른다는 뜻이요 오른편으로 삐친 획은 참되다는 뜻이니, 항상 바르고 참되게 행하여야 사람(人)이라 이름하느니라. 이를 알면 사람이 능히 도를 넓히고 도는 몸을 윤..

2024년 2024.11.27

참회를 불러일으키는 마음

꿈속에서 술 취한 사람을 본 이후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또 일상 기도의 루틴을 정해서 아침저녁으로 간단하게 수행해 오고 있다. 전보다 정신이 맑아졌다고 느낀다. (어제까지는 제정신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꿈에 정신이 혼미한 두 사람을 보고 나서는 또 다른 측면의 정신없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다음에 적어보기로.) 아무튼 나름 수행의 컨디션이 회복되어 간다고 느끼고 있었고 어제는 외부 활동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삼악산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매표소에서 금액 할인을 위해 나와 모친의 신분증을 제시하니 어머니 실물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뒤쪽에 서있는 어머니를 급하게 부르는데 어머니 앞 쪽에 서 있는 두 명의 아주머니가 나 몰라라 틈을 내주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렇..

2024년 2024.11.06

술 줄이기(더 마시면 안 될 듯)

직장을 관두고 집에서 지내다 보니 혼술을 자주 한다. 동생이 집에 오면 함께 마시는데, 그 외에는 다른 이들과 술자리를 잘 갖지 않는다. 술 의존도가 높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근래에는 자주 마셨다.  소주, 맥주, 막걸리가 주종이기는 한데 어느 순간 소주가 너무 심심하게 느껴져서 연태코량이 맛있게 느껴졌다. 마시다 보면 반 병을 넘길 때가 있는데 늘 정신은 멀쩡했다. 하지만 자면서 취기가 도는지 다음 날 속 쓰림, 숙취가 느껴졌다. 큰 제한 없이 편하게 마시다 보니 알코올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틀 전 꿈을 꾸고 나서 '쭉 이러면 문제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개울에서 물놀이 중이었다. 가끔 꿈에서 보았던 그런 곳이니 나의 ..

2024년 2024.10.24

우리가 명확히 인정해야 하는 두 가지

발전하려면 두 가지를 명확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첫째, 모든 결과는 원인으로 인함이다.그러니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그런 일을 만들어낸 원인이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인지력으로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 모든 문제는 나로 인함이다.내 주변의 모든 상황은 나로 인하여 만들어집니다. 만약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좋지 않은 결과에 이른 사람이 있다면 그는 상대를 원망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기에 그 사람과의 관계가 형성되었고 나이기에 그 사람의 말을 들었습니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말을 들어 반응한 이는 바로 나입니다.

2024년 2024.10.23

'재수 없음'에 대한 생각

올해는 작년 말에 구매한 염주, 업장 정화에 특화된 염주인 네메시스, 일명 천벌 염주를 굴리고 있습니다. 딱히 진언(만트라)을 읊지 않아도 굴리는 것만으로도 작동한다고 합니다. 엄청 열심히는 아니지만 때때로 굴립니다.  받아야 할 벌을 끌어당겨서 받게 되는데 물론 부드럽게 순화된다고는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 세포 세포에 담겨 온 징글징글한 업의 과보를 생각하면 굴리기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하고 난 이후 차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두 번 있었고 집안사람들이 총출동할 정도로 어머니와의 갈등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동생 차를 타고 가면서 굴렸을 때에는 불필요한 접촉사고가 나기도 했기에 굴리는 것이 부담스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편안해진 것도 같습니다. 때때로 재수..

2024년 2024.10.23

(꿈이야기)자신의 집을 튼튼히 하고 지킬 이들을 지켜라.

더운 여름날을 핑계로 수행을 게을리했다. 꾸준함이 얼마나 위대한 덕목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미 알아야 할 것들은 과도하게 공개되고 있음에도 성취하는 이가 적은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바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안목의 부족이 한 가지 이유일 것이고 꾸준하지 못한 것이 나머지 이유의 대부분일 것이다.  아무튼 염주를 돌리고 가끔 만트라를 하지만 게을렀다.그 결과로 꿈들은 아름답지 않았고 기억에 남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자세히 적기는 어렵지만 꿈에서 깨어났을 때 대략 어떤 느낌이었는고 하니 뭔가 좋은 존재, 좋은 것들이 나를 떠나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그러다가 오늘 새벽에 꿈을 꾸고 나서 생각되는 바가 있어서 글로 적어보려 한다. 꿈속에서 내 집은 허술한..

2024년 202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