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인적 교류4)댓글, 지운다고 지워지지 않는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2. 26. 12:48

댓글이 달려서 답글을 적어올렸다. 그런데 네번째 댓글에 답글을 등록하려 하니 글이 없다고 했다. 그 상태에서 댓글을 다 복사해서 저장해뒀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무슨 말인지, 내가 오해한 바가 있는지를 사유하기 위해서였다.


메세지로 자신의 댓글을 캡처하여 올리면서 '내 말투를 따라 쓴 것이니 기분나빠하지 말고 밝아지길, 자신도 부처님 자비의 가르침을 따라 나에게 밝아질기회를 주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것을 내가 밝아져서 알길, 자신도 이렇게 쓰고 싶어 쓴 것이니 어쩌랴' 했다. 그리고 댓글을 삭제하고 난 뒤 내 댓글을 안본다고 메세지를 보내왔다.


글을 읽으면서 웃음이 났다. 어린아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대로 그 마음이 정말 자비를 따른 것이라면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이 밝아서 나에게 하는 배려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글 어디에서도 자비도, 밝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글의 말투가 기분나빴구나 싶었는데, 그래서 내가 좀 더 신경쓸걸 그랬나 했는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이상하게도 기분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에 휩싸여 글을 적는 상대가 느껴졌다. 


소모전 그만하고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였음을 인정하고 가겠다는 글이 있었다. 아마 조금은 진심이 담긴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지운 것은 하나의 마음은 아니겠지만, 편안하지 않기에 지운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것이 더 이상은 나란 인간과 조금도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인지, 아니면 자신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인지 창피함인지 후회인지 모르겠지만 댓글을 삭제하는 그 마음이 무엇이든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지운다고 지워지는가? 법계에 이미 오롯이 새겨져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온 존재들이 이미 알고 있다. 그대의 마음에서 소리를 전하는 불보살님도 그대를 보호하는 존재도, 내 안의 불성도,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존재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모든 존재, 모든 것을 통해 뱉은 말과 먹은 마음은 법계에 오롯이 새겨진다. 그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사람의 시시비비도 가볍지 않지만, 불자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한치도 어긋남이 없는 법계의 이치이다. 그 안에서 편안해야 진정 편안할 수 있다.


그래서 말하건대 지울 댓글이라면 적지 않는 것이 좋다. 후회할 말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가 완벽하지 않기에 수시로 실수하지만 그래도 그 본래의 뜻이 선에서 나오고 선을 지향했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러니 곰곰히 생각해보라. 내가 지금 서있는 마음이, 머물러 있는 마음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가. 나를 위해 자비를 베푼다고 했다. 정말 그 마음이 나를 걱정하는 마음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나에게 밝아질 기회를 준다고 했으니 부처님 법을 내세워 불법을 따르려는 이를 마음으로 비난하고 글로 속였을 뿐이다. 우리가 대하는 것은 가벼이 여겨도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면 그 소리가 참이라고 여긴다면 지금은 불보살님이 무엇을 전하는지 들어보라. 지금의 뜻과 마음이 귀하다고 하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