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끔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기사를 읽는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르게 정리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쉐린 평가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은 그 부분을 적고 넘어가려 한다.
먼저 미쉐린에 이름 올린 식당이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부정을 저지른 것인냥 분위기를 모는 것 같다. 정말 그런가. 나도 잘은 모르지만 과거의 기사를 찾아 읽어본 바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오히려 한식의 가능성을 알아차리고 개인 재산을 털어가면서 긴 시간을 투자한 기업인, 그와 함께 오랜 시간 요리에 모든 것을 건 요리인이 보였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미쉐린을 통해 한식의 세계화를 이뤄가려는 계획이었던 것 같고 그것을 위해 그 분야를 잘 아는, 흔히 말해 전문가에게 컨설팅비를 주고 컨설팅을 받았다. 이게 왜 문제일까. 돈을 주고 컨설팅을 받아서? 만약 미쉐린이 개입하여 컨설팅을 해주었고 별이 보장된 것이라면 이것은 부정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미쉐린의 스타를 목표로 한 기업이나 식당이 여러가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당한 노력을 해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단지 이슈를 삼기 위한 목적인가 싶기도 하다만, 어느날인가 기자는 좀 부끄러워질 것 같다.
미쉐린 별장사 논란을 이끌어낸 것은 요식업계에 몸담고 있는 두 사람인 것 같다. 두 사람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그 말의 흐름이 안정되어 있지 않다고 느껴졌다. 기사의 말들이 일관적이지 않았고 찜찜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여러 기사를 보면 미쉐린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적절한(?) 수준의 식당이 없어서 좀 더 있어야 한다는(표현은 정확하지 않은데 의미가 그렇다) 내용이 있다. 다시 말해 미쉐린의 평가 기준에서 볼 때 스타를 획득할만한 식당이 그 때에는 없었다고 이해하면 되는 것 같다. 그 때 누군가 그 사장에게 미쉐린에 걸맞는 식당을 오픈하라고 했고 컨설팅을 받으면 스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애초에 아무에게나 한 권유는 아니었다고 본다. 장난이나 눈속임으로 될 일이 아니니 될만한 대상에게 한 선택적인 권유에 가깝다고 이해된다. 어찌되었든 한 차례 컨설팅을 받은 후에 계약은 취소되었고 그의 표현대로라면 식당은 유령식당이 되었다. 솔직히 그 말만 들으면 부정이 있는 것 같고 그가 희생양인 듯이 느껴지지만, 식당이 평가기준에 얼마나 합당한가를 우리는 단언할 수 없다. 인터뷰대로라면 최소 여섯 차례의 컨설팅을 받은 곳과 한 차례의 컨설팅을 받은 차이가 있는 것인데, 결과가 어떻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까.
여기서 잠시, 같은 말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적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위에서 '스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과 '그럴 가능성이 커진다'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어떤 것이 맞을까. 사장은 결국 이 말을 컨설팅 받으면 별, 안받으면 탈락이라고 사람들이 이해하게끔 인터뷰를 해나가지만, 사장이 컨설팅 업자와 나눈 이야기를 읽어보면 좀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컨설팅 안받으면 스타 획득이 안되거나 불이익을 받는가'라는 사장의 질문에 대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받는게 좋을 것이다. 너와 경쟁해야 하는 다른 업체도 컨설팅을 의뢰했다'는 답을 듣는다. 굳이 따지자면 이 말은 '컨설팅을 받으면 별, 안받으면 탈락'이라기보다, '컨설팅을 받으면 별받을 확률이 커질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아닌가.
다른 논란의 장본인으로 미쉐린을 고소한 현직셰프는 너무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미식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예를 들어 TV에서 하는 요리대결을 보더라도 평가자의 기준이 다르고 기준이 같더라도 받아들이는 모습이 다르다. 그러니 자신의 음식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은 식당보다 훌륭하다는 그의 의견은 누구에게는 맞고 누구에게는 틀리다. 또 잘 모르지만 미쉐린의 평가기준은 단지 음식이 얼마나 잘 조리되었는가, 다시 말해 셰프의 실력이 얼마나 좋은가로 오롯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가 아닌 많은 요소들이 서로 돕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얼마나 자신할 수 있는가. 그의 주장은 마치 어린아이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상을 받지 못한 아이가 자신은 인정할 수 없다 하면서 투정을 부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신의 요리에 자부심을 갖겠지만, 그것이 꼭 내 요리가 다른 것보다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논란을 일으킨 두 사람, 아마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인데 두 사람에게 동일하게 욕망이 느껴진다. 욕망을 갖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남을 탓하는 것은 좋은 일이 되기 어렵다. 만약 두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별을 획득했다면 지금같은 시각으로 미쉐린을 대할까. 그들의 글을 읽으니 언젠가는 한번 터지고 가야할 일이지 싶었다. 욕망에 휩싸이고 그 결과에 이리도 강하게 매여있는데 언제는 안터뜨릴까. 오히려 이 기회에 찜찜한 부분을 다 털고 간다면 인생을 걸고 묵묵히 노력해가는 많은 요식업계의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식에는 마음이 담긴다. 좋은 마음이 담겨야 좋은 음식이 된다. 예전에 어떤 수행집단에 잠시 머물 때 일인데, 선지식은 보기에 초라한 음식인데 만족하며 맛있게 먹기도 하고 보기 좋은 음식인데 한 번 먹고는 젓가락을 가져가지 않았다. 만든 이의 마음이 묻어 그 마음에 따라 음식을 즐김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또 요식업계에 10년 넘게 몸담고 있는 지인에게 들었는데 함께 요리하는 이들의 음식을 먹으면 그 자체가 면담이 된다고 했다. 상대의 마음상태가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이리라. 그렇게 이해하고 보면 논란을 일으키는 험한 마음으로 지어가는 음식이 얼마나 좋은 음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오늘 글은 사실 살짝 치우친 마음이기도 하다. 관심갖고 지켜보던 부분이 있어서 좀 더 세밀하게 바라본 것도 같다. 그래도 불자의 시각에서 떠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사태에 대해서 한번은 꼭 써야지 했는데 오늘 쓰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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