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생의 수행을 이어주는 법화경

향광장엄주주모니 2022. 1. 8. 10:25

예전에 즐겨 읽었던 황전 스님의 글 중에 이런 글이 있었다. 대략의 내용만 적자면 이러하다. 스님이 알고 지내던 분에게 어느 날 법화경을 한 권 얻어서 읽게 되었다. 그날따라 유독 법화경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독경 중 자신도 모르게 '아이고, 아버지'하면서 대성통곡을 하게 되었는데, 그에 대해 책 주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스님은 법화경을 읽을 자격이 있으신 듯 합니다. 제가 지금껏 많은 이에게 법화경을 전해왔지만 자격을 갖춘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 경은 읽을 자격이 안 되는 이가 읽으면 크게 혼납니다. 이제 스님은 전생에 했던 수행이 이어질 것입니다." 과연 그의 말처럼 이후에는 스님이 어떤 경전을 읽든 전과 다르게 한번 봐도 잊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법화경을 읽을 자격에 대해서는 오래 전에 글로 적은 바가 있다. 오늘은 '전생의 수행을 이어준다'는 의견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처음에는 스님의 글을 읽고 막연하게 '그래? 법화경에는 그런 힘이 있구나'라고 받아들이고 말았는데 여러 차례 법화경을 읽으면서 차츰 '이런 내용을 인연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 법화경에 그런 힘이 있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내용인고 하니 비유품에 보면 부처님이 사리불에 이렇게 말씀하신다.

 

"(앞부분 생략) 사리불이여 그대는 예전에 보살로서 세웠던 결심이요 보살로서 내렸던 비밀한 결정으로 인하여 나의 불법 가운데 다시 내게 되었건만 오히려 그렇게 보살로서 세웠던 확고부동한 소원으로 말미암아 그대는 전세에 세웠던 행원이요 보살로서 세웠던 결심이요 보살로서 내렸던 비밀한 결정을 기억하지 못하고 이제 스스로 생각하되, 나는 이미 열반에 이르렀노라 하였느니라. 이제 그대가 근본 수행을 지속하려는 전세의 서원을 되살리고 또 새로이 알게 되기를 바라면서 내가 성문 제자들에게 묘법연화라 이름하는 법문이요 이 대방광경을 드러내노니 보살들을 가르치는 법이며 일체 부처님들께서 전유하시는 바라."

 

사리불이 전세에 세운 소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글로 미루어 보건대 불도를 성취하기 위하여 부처님이 계실 때 태어나기를 원했고 다시 태어난 순간의 조건을 스스로 엄격하게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조건으로 근본 수행을 지속하겠다는 서원을 기억하지 못하니 부처님의 마음이 어떠하실까. 부처님은 그 서원을 되살리기를 바라시면서 법화경을 드러낸다고 하셨다. 다시 말해 법화경을 설하는 부처님의 마음에는 근본 수행을 지속하기를 바라는 자비로운 원이 담겨있다. 그런 것이라면 법화경과 인연 되어 경문 속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잊혔던 과거의 수행이 살아 연결된다는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법화경에는 중생의 성취를 위한 부처님들의 대자대비가 담겨 있다. 따라서 경을 제대로 만나게 된다면 우리의 수행이 되살아나는 순간을 분명이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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