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다보면 '오직 이것만이'라는 단어를 볼 때가 간혹 있다. 아직 원만한 품성이 아니라서인지 놀랄만큼 글을 보는 마음이 싸해지기도 하고 아쉬움의 마음이 일기도 한다. 법화경을 읽으면서 생겨난, 내가 지금 머물러 있는 분별의 마음이다. 언젠가는 여기서 또 한발 나아가겠지만 지금은 그러하다.
법화경에서 부처님은 수많은 법이 있게 된 배경을 밝히셨다. 중생의 근기 따라 법을 설하셨음을, 그 모든 법들이 결국은 하나로 이어짐을, 모두가 정법임을 말씀하셨다. 그래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것이다.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은 것이다. 물론 그 모든 비밀을 밝힌 묘법연화의 법문이 최고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법화법문을 믿기에 누군가가 '이것이 최고'라고 한다면 그말이 맞다고 하고, 누군가가 '저것이 최고'라고 하면 그말도 맞다고 할 것이다.
그대의 '오직 이것만이'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는가? 하나만을 주장하고 다른 것을 배척하는 뜻이라면 부처님의 말을 다시 사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에 법화법문이 최고임을 능히 주장하지만,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에 말법의 시대, 근기가 하열한 이들까지 쉬이 만날 수 있게 설하신 아미타부처님의 명호를 귀히 받아지닌다. 표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모든 경전인지 법인지가 사라져도 염불에 관한 경전인가는 만년 더 가게 한다고 어떤 경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무엇이 최고라는 말인가? 어떤 것에 '오직 이것만이'를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시대가 있고 인연이 있고 근기가 있다. 그것을 따라 설해지는 자비로운 설법이 있을 뿐이다. 부처님이 설하시는 모든 법이 최고이고 모두가 정법이다. '오직 이것만이'라는 말을 쓰는 순간이 온다면 이런 열린, 자비의 '오직 이것만이'었으면 좋겠다.
수도 없는 법이 있다. 그것은 부처님의 방편이며 중생을 향한 헤아릴 수 없는 자비이다. 법화경을 만나서 나는 이 방편, 자비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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