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우룡스님)수행을 익힐 때 눈을 감지 마십시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8. 31. 09:25

흔히 깨달음을 방해하는 절대적인 요소로는 혼침과 산란을 듭니다. 정신이 흐리멍텅해지는 혼침과 마음이 어지러운 산란. 혼침과 산란은 스스로의 마음 고삐를 조금만 늦추어도 금방 일어납니다. 이 또한 우리가 다생다겁 동안 익혀온 습관입니다. 그러므로 성의를 다하고 전심전력을 기울이지 않게 되면 금방 마음이 다른 곳으로 달아나 산란스러워지고 멍하니 번뇌에 스스로를 내맡기는 혼미한 상태로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어떤 습관을 들여야 하는가? 그 무엇보다 눈을 떠야 합니다. 화두를 들고 참선을 하든 다라니를 외우는 주력을 하든 관세음보살 등을 찾는 염불을 하든 절대로 눈을 감지 마십시오. 눈을 감는 버릇은 절대로 들이지 마십시오. 옛 스님들은 눈을 감고 수행을 하는 사람을 두고 '깜깜한 귀신의 소굴에 들어가는 이'라고 하였습니다. 깜깜한 귀신의 소굴! 귀신이 사는 곳은 어둡숩니다.

귀신이 사는 깜깜한 골짜기, 우리가 두 눈을 꼭 감아버리면 깜깜해져버립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그 깜깜한 속에서 망상이 버글버글 끓게 되면 그야말로 귀신의 소굴에서 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흔히 사람들은 눈을 뜨고 있으면 생각이 자꾸 흩어지는 것 같고, 눈을 감으면 마음이 잘 가다듬어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물론 초기에는 눈을 감는 것이 마음이 더 잘 모이는 것처럼 느껴지고 실제로도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차츰 불교공부를 하다보면 눈을 감을수록 생각이 더 많아지는 것을 알게 됩니다. 눈을 뜨고 있다 하여도 눈앞에 헛된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눈을 감고 수행하면 혼침과 산란이 더욱 심해질 뿐 아니라 마구니들이 제 집 드나들듯이 찾아듭니다.

 



특히 육조 혜능대사께서는 눈을 감고 수행하는 것이 가장 큰 병이라 하셨고, 눈을 감는 수행인을 보면 주장자로 그들을 직접 내리치면서 경책을 하셨습니다. 눈을 감지 말라는 가르침은 결코 참선수행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라니를 외우든 염불을 하든 <금강경>등의 경전을 외우든 절대로 눈을 감아서는 안됩니다. 요즈음 천수경을 외우는 사람이나 염불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예 눈을 감고 줄줄줄 외워 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절대로 눈을 감지 말도록 하십시오. 아무리 쉽고 입에 완전히 익은 것이라 할지라도 눈을 뜨고 하십시오.

 



심지어 관법(觀法)을 행할지라도 눈을 감아서는 안됩니다. 관법은 마음으로 그 모습을 그리는 것입니다. 16관법 가운데 하나인 관음관을 한다면 <관무량수경>에서 묘사한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스스로 그리게 됩니다. 관세음보살의 거룩한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법을 행할 때도 눈을 감고 해서는 안됩니다. 눈을 크게 치켜 뜨면 눈앞의 현상에 끌려가기 쉬우므로 크게는 뜨지 말고 눈을 아래로 내리뜨고 관을 해야 합니다.

 



부디 수행을 익힐 때 눈을 감지 마십시오. 눈을 감으면 혼침과 산란이 가득한 귀신의 소굴로 빠져들어, 밝고 맑은 도와는 자꾸만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하나 당부드릴 것은 참선.염불.주력.간경 등을 '멋대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참선공부든 경전공부든,우리 불가의 공부를 시작할 때는 꼭 큰스님이나 훌륭한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걸리는 것,갈등이 생기는 것이 있으면, 스승의 자격을 갖춘 분들께 반드시 물어서 해결하고 공부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여겨질 때도 꼭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주위에서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큰스님이나 선지식을 찾을 수 없다면 불경이나 큰스님들의 저서를 꼼꼼히 새겨 길을 찾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결코 마음공부를 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참선공부뿐만 아니라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염불도 천수다라니를 외우는 공부도 쉬운 것이 아닙니다. 어찌 해탈을 이루는 이 공부들이 쉬운 것이겠습니까? 그래서 옛 스님들은 '정진하는 사람일수록 세밀해야' 함을 거듭거듭 강조하셨고, 해탈의 공부가 어렵고 또 어렵다는 것을 수많은 경책을 통하여, 또 꾸지람을 통하여 일깨우셨습니다.

 



명심하고 또 명심하십시오. 공부인이 두려워할 것은 마구니가 아닙니다. 멋대로 공부하는 '나'의 자세가 문제요,꾸준히 하지 않는 '나'의 자세가 문제입니다. 참선.염불.간경.주력 등의 마음공부를 하는 불자들은 굳건한 신심과 원력으로 기초를 다지고 훌륭한 스승과 경전 등을 나침반으로 삼아 끊임없이 점검하고 점검을 받으며 정진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관음정진시에 시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글이 있었는데 이 글이 생각났습니다. 다시 찾아 읽어도 좋네요. 꼼꼼하게 읽어 공부해가는 과정에 참고를 삼아 큰 유익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의 줄바꿈은 제가 임의로 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