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곱게 늙어가는 불자

향광장엄주주모니 2023. 2. 5. 17:02

어머니와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곱게 나이 들어가는 불자를 본 듯하여 '나보다 낫다'는 말과 함께 '보살'이라는 호칭이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좋은 분이셨지만 고집이 쎄고 막무가내에 가볍게 화를 내는 분이셨고 어머니는 온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분이셨습니다. 

 

부모님과 저 사이에 어떤 사건을 발생했을 때 그것을 무마하는 조건으로 어머니에게 지장경을 읽으시라 강하게 권한 것을 계기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경전을 읽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염불도 하시고 포교원을 통해 사찰에 다니기도 하셨고요.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세월호 사건이 터지던 해에 치매에 걸리신 아버지는 이쁘고 경한 치매 환자로 생을 마감하셨고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늘 부처님 같은 선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어머니 역시 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오늘은 '남을 미워하면 내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말을 하시길래, '예전에 이런 생각을 했어?'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답하십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병이 듭니다. 그런데 부처님 가르침과 인연이 되고 법에 귀의하면서 나의 부모님은 부처님을 닮고 보살님을 닮아가네요. 곱게 곱게 나이들어가는 모습이 오늘따라 인상적이라 적어봤습니다.

 

기도의 가피가 달리 있을까요? 이렇게 좋은 모습으로 변화해가는 것이 삶을 통해 흐르는 가장 큰 가피일 것입니다. 또한 누구나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으니 마음을 독하게 먹고 살아갈 이유가 사라져 버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