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분은 스스로 나타나 본인이 공왕불 기도를 하지 않게 되었고 대신 법화경 기도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결국은 제목봉창을 부처님이 경전에서 밝히지는 않았지만 가장 공덕이 크다는 주장과 더불어 저에게 제목봉창을 다시 생각해 보라 합니다. 저 제목봉창 많이는 아니지만 한다고 말했는데 말이죠.
더 나아가 결국은 이름만 법화경 기도로 바꿨을 뿐 공왕불 기도자임을 스스로가 밝히고 있으니 참 재미있습니다. 제가 안전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 같다고 하는데, 이 말을 들으니 솔직히 멀었다 싶습니다. 저는 별거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인과에 사무치는 순간이 오면 모든 행동, 말, 마음이 가져올 결과가 의식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걸 감수하겠다는 마음이 되거나 몰라야 살던 대로 살 수 있습니다. 저는 늘 깨어있지는 않지만 인과의 논리를 알기는 합니다.
공부하면서 처음에는 내가 잘난 듯이 떠들고 다니지만 알면 알수록 섣불리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스스로 살피게 됩니다. 진짜 법 깊은 분들은 말을 아끼시는 것으로 압니다. 법이 아주 지중한 일임을 알게 되니까요. 왜 공왕불 기도를 그렇게 신봉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하면 토를 달지 못할 겁니다. 힘든 거 해결되고 인생이 편안해지니 '이 기도가 최고'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을 것인데 법에 대해 잘못하면 지금 받는 장애는 아무것도 아닌 그런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해가 안 되면 본인이 이해되는 수준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지장경을 1년 넘게 읽어서 부처님 가르침에 입문했고 그 이후 법화경은 뜻도 모르고 무작정 읽고 또 읽었습니다. 몇 년을 읽었는데 어떤 해에는 매일 법당 가서 읽었습니다. 어느 겨울에는 새벽마다 샤워하고 냉기가 흐르는 골방에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졸리거나 다리가 저리면 무릎 꿇었다가 양반다리 했다가 하면서 읽었습니다. 한동안 가래를 쓰레기 통으로 뱉어내면서 읽었습니다. 산책할 때 늘 부처님을 향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제가 닿아있는 자리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머물게 된 자리입니다.
아직 나아가야 할 과정이 산더미 같겠지만, 경험자로서 초보불자들에게 지장경을 읽으시라 권하는 것은 인과를 알게 하고 불보살의 자비에 닿게 하기 때문입니다. 악업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법화경을 최고라 여기는 것은 모든 법의 근원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뭘 알지도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 '이것만이'라는 말이 얼마나 의미 없는가를 알게 해 준 가르침입니다. 어쩔 수 없이 현재의 상황에서 제가 갇혀있는 틀이 있지만, 적어도 상대에게 틀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기 전에 자신의 내면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가르침입니다. 대자유를 꿈꾸게 해 준 가르침입니다.
법화경이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대자유를 속박하는 자는 과연 누구입니까? 가르침을 토대로 길을 나아가는 자를 탓할 자가 있을까요? 이름만 바꿨으면 달랐을 것이라는 것은 그 기도의 기본적인 전제를 스스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기도가 최고라는 주장을 하기 전에 모쪼록 자신의 기도라고 주장하는 법화경의 가르침을 적어도 저처럼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사유하고 또 사유하고 또 사유해서 법을 가지고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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