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글을 느낄 수 있다면 아마도 이 글이 맑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오늘 막걸리를 마셨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글을 왜 쓰는가 싶을 것이다.
맑지 않아 흐린 글일지 모르나 나로서는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가다듬으면서 어쩌면 포장되었을지도 모르는 내가 지금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여지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게 다듬어지지 않은 나에 조금 더 가까울테니 나쁘지 않다.
요즘은 세상과 많이 섞였고 불자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한 내가 있다.
그래도 그간 집중한 힘이 있어서인지 아직은 망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영어 공부한 것과 같아서 실력이 향상되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향상이 되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그런 일인 것도 같다.
오늘도 카페 상담글에 이런저런 글을 적었는데, 왜일까.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좋은 것으로 나아가고 싶으니까.
그것이 좋은 것을 나누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왜 불교를 배우는가.
나도 잘모르겠는데 배우다 보니 좋은 일이라서 계속 배운다.
이게 잘 사는 일이라서 배운다.
떠나서는 너무 손해라서, 그러니 감히 떠날 수가 없는 일이라서 일어나는 탐진치 속에서도 놓지 않는다.
내 부처가 나를 잡고 내가 내 부처를 잡는다.
아무튼 산다는 것이 좋은 것을 나누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카페에 이런 저런 댓글을 적었는데 말이다.
'너나 잘해'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불법, 진짜 허튼게 하나도 없다.
겁나게 무섭고 겁나게 좋은 것, 그게 불법이다.
(추가)피곤하다, 술을 한잔 했다는 핑계로 뒹굴대다가 얕은 잠에 빠졌나 보다. 어느 순간 입안으로 자갈같은 무언가가 한 덩어리 들어와서 어그적거린다. 그저 생각에 탁한 무언가가 장난치듯 들어왔다는 생각이 일었다. 정신이 들었다. 아미타불. 그래도 일어나 수행하지 않고 잠을 잤는데, 똑바른 정신으로 살지 않으면 많은 것들이 깃들어진 상태로 살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마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갈 것 같다. 내 몸을 내주고 내 정신을 내주고 나 아닌 나로 살아갈지 모르는 일이다. 맑아야 탁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더러워진 방 안에 티끌 하나 보탠다고 티가 날까. 하지만 청소를 해가는 이는, 그래서 어느 정도 단정하게 정리되어가는 이는 방 안에 더해지는 오물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나는 아마도 경계선상에 있는지도 모른다. 마지노선. 죽냐, 사냐의 기로와 비슷한데 사는 곳으로 향하지 않는다면 어찌 무명이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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