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뻐하면 될 일.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 16. 01:02

상담글에 댓글을 달고 가끔은 다시 열어보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어떤 생각, 말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배우기도 한다. 첫 댓글을 내가 달기도 하고 누군가 이미 답을 적은 상황에 내 의견을 추가하기도 한다. 글 적은 이가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고민, 그에 대한 적절한 답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 이런 고민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답을 한다. 바로 생각이 일어나기도 하고 사유를 거치기도 한다. 이미 달린 답변을 거부하거나 훼손할 수 있는 글은 적지 않으려 했는데 얼마나 적절하게 표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단순한 일은 아니다. 아무튼 그런 것을 생각하며 댓글을 단다.


며칠 전 내가 댓글 단 상담글에 누군가 다시 답을 했는데 그 분도 상담란에 많은 답을 남기는 분이었다. 하나의 질문이지만 답하는 이마다 시각이 다르니 각인 각색의 답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 분의 답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내 답이 충분하지 않았나 보네. 글을 읽으니 그 분의 답에 질문자가 진심으로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떤 답들을 해왔는지. 쭉 읽어봤다. 수행력이 느껴지는 명료하고 깔끔한 답변이었고 질문자의 반응을 보아도 많은 도움이 되는 답들이었다. 


문득 질투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 답 자체에 흠잡을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 살짝 불편한 마음은 무엇일까. 미묘(요즘 내가 많이 쓰는 표현인데 '크고 명확하지 않으나 그리 느낄 수 있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했지만 질투 비슷한 그런 마음같았다. 잠깐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생각을 했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심각하게 오래 머물지 않아서인지 바르지 않음을 알아 부정하고 싶어서인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아무튼 그 화면을 닫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누구면 어떻고 누구의 글이면 어떤가. 혼란한 마음을 밝혔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내가 아니라도 내 글 아니라도 상관없잖아. 그리 해주는 이가 있다면 기뻐하면 될 일이지. 상담글 올린 이가 마음 편해지고 밝아진다면 된 것 아닌가. 내가 못하는 것을 누군가 했다면? 내 손을 덜어주니 미소지을 일, 기뻐할 일이다.


살다 보면 다른 이에게 부러움, 질투를 느낄 때가 생긴다. 나보다 잘난 사람, 그래서 나보다 인정받고 사랑받는 사람에 대한 어긋난 마음. 그런데 조금 달리 생각하면 만사가 형통이다. 못난 사람이 옆에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도울 수 있으니 좋다. 잘난 사람이 옆에 있는가. 그렇다면 내 손을 도와주니 편해서 좋다. 그러니 이리 저리 기뻐하면 될 일이지 않을까.  

(이해하기 쉽게 못나고 잘났다고 표현했는데 글자에 매이지 않았으면 싶다. 노파심에서 적는다. 못나고 잘나고 솔직히 잘모르겠다. 상대적이며 상황따라 바뀌는 것이라서. 나는 잘났기도 하고 못났기도 하다. 뭐,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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