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회근 선생은「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들의 일생동안의 시간 중에 95%는 이 몸뚱이를 위해서 바쁩니다. 이 몸은 잠이 필요하므로 침대에 누워서 인생의 절반이 지나갑니다. 배가 고프므로 세끼 밥을 먹어야 하니 정말 바쁩니다. 먹을거리를 사 와서 씻고 삶고 볶아야 합니다. 다 먹고 나서는 또 씻어야 합니다. 또 먹어놓아도 배설해야하니 번거롭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해야 하고, 추우면 옷을 더 끼워 입어야 하고, 더우면 옷을 또 벗어야 합니다. 생활하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고, 화를 참아야 합니다. 일생토록 바쁩니다. 그랬음에도 내 몸은 끝내 내 것이 아닙니다. 최후에는 화장터의 화로로 돌아갑니다. 보세요. 우리들이 이 몸에 속아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중생은 전도(顚倒)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이익을 구하고 명예를 구하게 되면 더 바쁩니다. 일생동안 바쁘지만 결과는 어떠합니까. 사람이란 정말 가련합니다.」라고 하였다.
남회근 저 송찬문 번역 '원각경 강의'에서
남회근 선생님의 글은 우리의 삶을 제대로 통찰하고 있습니다. 탐진치로 부지런히 일어나고 전도된 삶입니다. 제법 실상을 관한 자라면 어떨까요? 아마도 같은 일을 해도 다른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나아가고 멈춤에 자재할 것이며 실상을 알기에 집착되거나 매인 바 없어 다만 편안하고 성실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부지런히 살아 무엇이 남을까요? 죽을 때 귀히 남을 일에 좀 더 마음쓴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불교의 공부와 이어지는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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