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사찰 합창단 탈퇴하기로 마음먹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23. 3. 14. 18:28

얼마나 좋은 일이 될지 모르지만, 사찰의 합창단을 탈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뭔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는데 다들 문제없다고 하니 함께 마음을 맞춰 노래하는 것이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최상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연꽃같이 물들지 않고 향기로운 것임을 알지만, 아직은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버거운 현실입니다.

 

사명대사님 말씀이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셨는데, 이런 저의 결정이 결국 타인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처사가 아닌가 싶어져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네요. 인내의 시간 후에 언젠가는 모든 것이 제대로 흘러가게 되겠지만, 그 시간을 옆에서 제정신으로 보내기에는 내공이 부족합니다.  

 

시작이 불법이었으니 떠날 것인가를 결정할 때에도 인간적인 괴로움보다 불법으로 더 잘 나아갈 길을 택하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합창단 탈퇴를 고민하면서 노랫소리 듣는 꿈을 두 번 꿨습니다.

 

고민을 시작하던 날에는 꿈에서 합창 연습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소리 중 명확하고 좋은 소리가 하나 들렸는데, 제 소리와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저런 소리를 내는 건지 궁금해했는데, 이상하게 어떤 부분에서 자꾸 박자가 틀리더군요. 

 

지난밤에는 꿈에서 발성연습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소리 내지 않고 있었는데 팀장의 고음발성음이 들렸습니다. 그냥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듯이 엄청 갈라져서 듣기 싫은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참 별로라는 생각을 하다가 깼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꾼 꿈이라서 참고할만한 메시지인 것은 분명한데, 쉬이 해몽이 되지 않았습니다. 얄팍하게 적어보자면 제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합창단의 모습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듯합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모습이 있지만 해야 할 부분을 제대로 해나가지 못하는 부족함이 있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또 수행의 측면에서 보자면 아주 열심이기는 하지만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주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