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둔 늦은 밤에 네이버 법화경카페의 댓글알림이 켜졌다. 외부에서 일을 하는 중이라 휴대폰을 켜놓은 상태였다.
'꿈에 만난 불보살'에 신랄한 비판의 말을 나열하고 있었는데 새해를 몇 분 앞둔터라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한해의 마무리와 시작을 그런 글을 적는 것으로 보내고 있는 그 마음이 사실 좀 의아하긴 했다. 권해도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었다. 누구나 막히고 꼬였던 것을 풀어보겠다고 좋은 마음을 먹어보는 시기 아닌가. 아무튼 오해한 바가 있는 것 같아 휴대폰으로 답글을 작성해서 등록하려 하니 글이 없다고 했다. 처음 올린 댓글을 삭제하고 '내가 빠른 이유는 법화경'이라는 글에 '왜 그리 생각하냐'는 질문을 다시 올려왔다. 궁금하기보다는 비난하고 싶어 올린 글이라 판단되었기에 깊이있게 적는 것이 별 의미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질문에 '스님 말이라 나도 잘모르겠다'고 하고 나서 '삭제한 댓글에 대한 답을 낮에 올리겠다'고 했다. 늦은 시간이었고 휴대폰으로 긴 답글쓰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
아침에 보니 여러 개의 답글, 댓글이 달려있었다. '너의 답은 필요없다'로 시작되는 말은 여전히 비난, 비판 일색이었다. 어젯밤과 이어지는 새해의 시작을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오늘 올린 글들을 읽고 나서 오래지 않아 웃음이 터졌다. 갑자기 편안해졌다. 어디서 너무 많이 보아왔던 글들. 착각이라 하면 할 말 없고 정말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너무 댓글로 시달림을 당해서인지 '그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면 그 마음을 너무 닮은 쌍둥이같은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리라. 아무튼 단어의 사용, 마음에 못마땅해 올린 내용들, 어투, 말하지 않은 것을 내가 말했다고 하면서 비난하는 그 모든 것들이 그가 해왔던 말과 너무 동일하기에 '아, 당신이구나' 싶어졌다.
아침에 답글을 달았다. OO님, 아니면 닮은분 같다고, 마음대로 적으시라고, 그동안 속이 많이 상한 것 같은데 (그래서 마음 편해질 것 같으면) 마음대로 적으시라고, 전에는 댓글때문에 본글을 지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안지운다고(그가 적는 댓글들은 다른 이들이 그만하라고 적을 정도로 좀 심한 편이었고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한 동안은 내 글에 그가 좋지 않은 댓글을 달면 원글을 삭제하고 다시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두, 세 차례 되는지, 세, 네 차례인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그것마저 비아냥거리면서 자신도 생각못한 방법이라며 또 댓글을 달았었다). 그 동안 댓글을 통해 나를 비방해온 말들을 대변인처럼 똑같은 톤으로 말하니 그가 누군인지 능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었다.
그동안 내 글을 꽤 많이 읽어온 것 같았다. 그동안 잠잠해서 '이제는 괜찮아졌나 보다, 자신의 길을 가나 보다' 했는데 '전도된 마음' 글에 뜬금없이 '똥물에 밥을 말아먹으라'고 댓글 달아 '아직도 그 자리인가' 생각을 했었다. 또 어제 오늘 댓글을 받고 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나 보다' 싶어졌다. 법은 하나지만 받아들이는 이들이 다르다. 글에서 내가 이해한 법을 말하지만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맞는지에 대해서 늘 확인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 그것이 내가 이해한 법에 비추어 어떠한지 고민하여 그 사유결과를 표현하는 것이지 누군가가 옳지 않다, 내 말만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기 어렵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많은 글을 통해 표현해왔다. 잘못 아는 바가 있으면 바르게 알아 취하면 된다. 나를 주장하고 내 의견을 내세워 얻을 바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 작고 뒤집히는 성과에 목숨걸고 싶지 않다. 변하지 않고 무량한 법, 부처님의 가르침, 그것이 원하는 바다.
칭찬을 바라며 거슬리는 말에는 글을 올려 저격을 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비난도 좋다. 그런데 들을 비난이 아니라면 유익이 없다면 내가 굳이 취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그 비난은 던진 이에게 돌아가리라 생각한다. 칭찬도 좋다. 그런데 들을 칭찬이 아니라면 유익이 없다면 내가 취할 수가 없다. 딱 받을만큼이어야 탈이 없음을 배우고 있으니 칭찬에 취하면 위험해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내가 만난 부처님은 칭찬에도 크게 기뻐하지 말고 비난에도 크게 낙담하지 말라고 하신다.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것이 중요함을 마음에 새기라고 말씀하신다.
만약 댓글 올린 이가 동일인이라면 크게 편안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할 정도로 마음의 골이 깊은가 싶어서. 절필을 하라고, 일반카페에서도 나처럼 하면 강퇴당한다고 하는데 때가 되면 절필의 순간이 오기도 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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