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향광장엄주주모니 2021. 4. 23. 09:11

불교를 공부하면서 가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크게 슬플 것 같지 않았고 눈물이 흐를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걱정스러웠다.

'저 친구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어찌 저리 멀쩡할꼬'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늘상 함께 지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슬펐다.

아쉬웠고 안타까웠다.

무엇보다도 돌아가시던 순간까지의 그 날 아침 내 행동들이 참을 수 없이 후회스러웠다.

통곡까지는 아니어도 순간순간 올라오는 아버지의 기억으로 힘들었다.

아쉬움, 그리움이 이렇게 클지 나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조금은 편안해졌다.

정말 빠른 변화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에게 말하길, 가끔씩 우리를 보러 오라고, 생각해달라고 했는데

실은 아버지가 정말 자유롭기를,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나는 인연에 집착하지 말고 서로 미소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돌이켜생각해보면 아버지와의 인연은 악연이 아니었을 것 같다.

감사했다는 말이 자연히 나오니 말이다.

아버지 스스로는 고생스러운 일임에도 고생이라 생각않고 가정을 지켰고

말년에 불교와 인연되어 선업을 쌓을 수 있었으며 

진한 업보를 치매와 폐질환의 병고로 치르셨지만 원망하지 않았고 견디셨다.

 

아기같은 순함으로 가족을 대하셨던 아버지.

극락왕생하시어 편안하시기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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