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일이지만, 한 법화경 카페에서 자신의 번역이 옳다고 주장하는 한 사람과 일종의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나로서는 논쟁이 아니고 그로서는 논쟁이라 하니, 청하지 않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논쟁인가? 논쟁이 아닌데 혼자서 자꾸 논쟁이라 하니 참 어렵다.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읽어보면 역시 뭔가 좀 이상했다.
법화경 전체를 거쳐 내 마음에 새겨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의 번역글에 매여서 나아가지 못하는 그 사람이 많이 답답하게 느껴졌기에, 정말 길고도 긴 글을 그에게 썼었다.
다만 나는 법을 논할 수준이 아니기에 부처님이 법화경 설하는 자들에게 당부하신 품성(자비, 인욕 등)에 대해서 말하며 그 또한 그런 마음인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는 나의 긴글을 약간은 비꼬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노라면서 처음에 나에게 했던 똑같은 질문 "어디에서 부처님이 논쟁하지 말라고 했으며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고 했는지 밝히라."면서 내 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내 글을 캡쳐했다고 하며.
사실 캡처에서 빵 터졌다.
싸움에 익숙한 사람인 것 같다.
이미 답변을 했는데 또 무슨 답을 하라는 것인지.
듣고 싶은 답이 나올 때까지 이 굴레는 계속 될 것 같았다.
"당신의 번역이 옳다. 논쟁과 허물 말하지 말아야 하는 대상은 타종교이므로 불교신자들 사이에서 필요한 논쟁을 해도 된다는 당신의 주장이 옳다."는 말이 듣고 싶은 것 같긴 한데.
그런데 어쩔 것이냐.
그 부분의 번역이 맞는다고 인정하더라도 법화경을 통해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바는 그의 주장과 결이 다른데.
물론 내 수준에서의 이해지만, 지금으로서는 죽어도 그러하니 어쩔 것이냐.
더 이상 글을 기다리지도 말고 내 글에 관심갖지 말라고 최후의 답을 건넸다.
그리고 오늘 법화경을 읽으면서 '내가 만약 잘못 아는 것이라면 바르게 알게 되기'를 발원했다.
그리고 염불을 할 때였다.
갑자기 웃긴 거다.
자기 번역에 빠져서 다른 것은 보지 못하는 그 사람이나 '내가 만난 부처님은 이러하며 당신이 많이 안타깝다'고 하는 나나 자기 주장에 빠져있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둘 다 마땅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바란다.
언제나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매일 매일 성장해가는 큰 나무처럼 나도 그렇게 자라가기를.
다만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기를.
걸림없이 참으로 자유롭기를.
더 이상 말하지 않겠노라 답했지만, 참으로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지면 또 무엇을 어찌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2018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돌을 던지더라도 (0) | 2018.08.24 |
---|---|
다 맞는 말 아닐까? (0) | 2018.08.23 |
견디기 어렵다는 마음 없이 대자대비하거니와 (0) | 2018.08.20 |
법화경이 보살도(육바라밀의 실천)로 귀결된다는 말 (0) | 2018.08.16 |
육바라밀로 귀결된다고? (0) | 2018.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