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컴퓨터 화면에 계신 아미타불을 바라보며 '아미타불, 아미타불...' 칭명염불을 했다.
'왜 이리 오랜만인까'를 스스로 자책하며 지난 경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흩어지고 흘러가는 생각을 알아차리면서 불렀다.
발원, 고민같은 여러 상념을 지닌 채 부르기도 했고 그냥 비어져 부르기도 했다.
비어져 부를 때가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염불의 말미에 좋은 생각이나 힘이 일어나지 않았다.
'좋다'는 부류의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없었다.
너무 짙게 덮여 그런 것일까를 고민하다가 어제 도장가게에 의뢰한 도장을 찾으러 이동하면서 염불을 되뇌었다.
그렇게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서 나온 더러움'
밖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건만 마스크 안이 더럽다는 것은 내 안이 더럽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런 상태의 내가 과연 입을 벌려 무엇을 전할 수 있단 말인가.
나의 더러움을 해결하지 않고 입을 벌려 무엇을 꺼내놓으려 하는가.
이렇게 끝났으면 좋았을 글인데 말이다.
이 글을 적다가 직장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말하지 않으리라 했던 지금 파트너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신나게 나눴다.
솔직히 좋은 사람은 아니라서 많이 신경쓰이지만, 나의 이 행도 밝지는 않다.
흠.... 어렵다.
가시가 보이는데 찔릴 이에게 가시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인연으로 얽혀 찔리고 찌르고 있는데 어찌해야 할까.
내 안을 밝게 하고 나서야 밝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밝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앉아서 경전읽기를 우습게 보지 말았으면 한다.
부처님 부르기를 우습게 보지 말았으면 한다.
진언 읊기를 우습게 보지 말았으면 한다.
마음없어도 행해나가는 노력을 우습게 보지 말았으면 한다.
그런 것들을 통해 일어나는 온갖 조화로움 속에서 우리 불성이 점차 밝게 드러난다.
그걸 알면서도 잘 해나가지 못하니 어리석은 일이다.
어리석은 마음, 어두운 말을 부처님 앞에 바칩니다.
탐진치를 부처님 앞에 바칩니다.
다시 돌려 밝은 것으로 나누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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