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는 사찰의 스님과는 인연이 있어 만났다고 생각한다. 만나는 이들 중 누구인들 인연없이 만날까 싶지만, 아마도 무게감이 있는 인연이었지 싶다.
습대로 나아갔다면 더 꼬이고 암울해졌을 인연이지만, 지장경을 읽고 법화경을 읽고 염불을 하면서 나름 선업도 쌓았고 근기가 높아진 것일까? 법화경을 독경하기 위해 찾은 사찰에서 스님을 마주하고 1년, 오랫동안 내가 달고 살았던 짙은 업장 하나가 풀어졌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 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졌지만, 늘 부처님을 부르고 함께 하기를 기도했고, 나로 인해 모든 것들이 좋은 것으로 회향되기를 발원했다. 그 끝에 나는 자유로워졌고 그런 과정을 통해 수행은 더디지만 한발 한발 나아갔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기를 스님과의 만남은 나의 짙은 업장을 끝내기 위해 법계에서 마련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1년이 지나고 장애를 떠나게 되었음을 자각했을 때, 스님은 여전히 내가 마주했고 떠났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것들이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어떤 뜻을 세우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의해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얽히기도 풀리기도 하는 것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그로부터 다시 1년이 지났다. 좋지 않은 업연은 끝났다. 굳이 다시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법문에서 스님이 신도들을 향해 동업을 말했을 때 속으로 이런 말을 했다.
'하지만 나의 동업은 끝났다. 이것은 업연이 아닌 내 의지로 선택하여 바라보는 새로운 인연일 뿐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 사찰을 다니며 합창단을 한다.
기도할 때마다 이런 서원을 곁들였었다.
마주하는 모든 인연이 선하고 바른 인연이기를 바란다고. 내가 그런 인연이 되겠다고.
서원은 내가 했는데, 그 서원이 나를 끌고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의 원이 법계에 새겨졌고 그 원으로 인해 나의 법계가 돌아간다는 느낌.
언제라도 떠날 수 있지만, 떠날 때에는 편안하게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주했다면 선하고 바른 인연으로 떠날 수 있기를.
가장 좋은 순간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가장 좋고 최고의 순간에 떠나고 싶다.
떠난 그 자리에 밝음과 청정이 남았으면 좋겠다.
'2018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성의 발현일까 (0) | 2018.11.06 |
---|---|
합창단의 그녀 (0) | 2018.11.05 |
법화경의 소승과 대승 (0) | 2018.11.04 |
사과를 하면서 (0) | 2018.11.01 |
어떤 돈을 벌고 싶은가 (0) | 2018.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