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작년에는 괜찮았지만 올해는 괜찮지 않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7. 23. 23:05

사찰의 합창단에 가입하고 나서 그동안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다. 그런 과정 속에서 노래가 변화하듯 나의 마음도 변화되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깊은 고민 끝에 8월 종단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팀에 통보했다. 8월 행사는 법화경 전품을 노래로 만들어 음성공양 올리는 것으로 법화경을 읽는 나 역시 무게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이들이 법화경과 관련된 가피를 이야기해왔다. 스님들이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면 큰 가피에서 제외되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들지도 모르겠다. 불참통보에 나를 안타까워하는 팀원의 마음이 그리 이해되었다. 그런데 아쉬움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이미 연습마다 정성스런 마음으로 공양올렸기 때문이다. 법화경 가르침을 읽고 사유하고 깨닫고 알리는 이 일련의 수행 공덕과 그 기쁨이 그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불참은 나의 선택이다. 작년에는 괜찮았으나 올해는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불참을 선택했다. 아니, 작년에는 그것으로 만족했지만 올해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불참을 선택했다. 작년에도 종단에서 법화경 노래로 행사가 있었다. 28품 중 반 정도의 노래가 완성되었었는데, 그 노래로 서울에서 치른 공연이었다. 당시 나는 한 팀원으로 인해 몹시 힘들었었다. 그가 주축이 되어 거의 팀에서 따돌림을 받는 상황이었고 그것을 견디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보고 연습에 참석했다. 결국 팀에서 가장 연장자인 팀원 한 명과 나, 이렇게 2사람만이 최종 오디션에 통과하여 공연에 서게 되었을 때 불법은 참 미묘하다 했었다. 그 후에 그 사람은 합창단을 탈퇴했다.


그리고 올해가 되었을 때에는 새로 팀장이 되었던 사람으로 인해 팀이 분란했었다. 그 분란의 중심에 나도 엮인 상황이었는데(아무도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문제에 대해 내가 언급했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팀장은 직책을 관두고 합창도 탈퇴하는가 싶더니 다시 나오고 있다.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을 내려놓았고 조금씩 말도 걸고 아는체도 해갔다. 그런데 처음에는 인사를 받는가 싶더니 점점 안면몰수를 하는게 명확해져갔다. '저 사람은 저런 것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었고 기도를 열심히 하는 그의 기도가 정말 궁금했었다. 그래도 미운 것은 아니니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이라 스스로 위안삼으며 그냥 내 마음 편하게 노래하면 된다고 믿고 시간을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종단에서 행사 때의 합창 자리배치에 대한 꿈을 꿨다.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고 자리배치를 진심으로 마땅치 않게 생각했었다. 꿈을 꾸고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 꿈의 어떤 부분은 내가 놓치고 있는 사실에 대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작년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 그 때는 그것을 견디고 노래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올해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이 부처님의 일이고 내가 올리는 공양이 합창이기 때문에, 화합하지 않은 마음으로 올리지 않는 노래는 내 100%를 던져도 부족한 노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노래가 즐겁지 않아졌다.


작년에는 괜찮았지만 올해는 괜찮지 않다. 내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1학년의 공부를 마쳤으면 이제 2학년의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바른 답은 아직 찾고 있지만 명확한 것은 지금 이런 마음으로 합창행사에 가는 것은 2학년 시험을 보면서 1학년 답안지를 들고 시험에 참석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참을 결정했다. 아직 2학년의 시험을 치를만큼 나는 준비되지 않았으며 그 준비를 조금은 떨어져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들이 열심히 노래할 때 나는 법화경을 읽고 새기며 온 법계에 그 법이 퍼져나가기를 발원할 것이다. 


2학년의 정답을 아는 것도 같다. '그 자리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부처님으로 받들고 귀히 여기는 것. 그런 마음으로 나의 화합을 견고하게 이어가는 것'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나의 근기가 아직은 그 답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소화할 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나의 2학년 공부이며 공부가 충분해지면 답을 들고 시험을 치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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