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간 밀려있던 치과진료를 2월부터 꾸준히 받고 있다. 사랑니 하나를 발치했고 우치(썩은이) 두 개를 치료했고 오래 전에 씌웠던 이빨에 구멍난 것을 발견해 제거하고 치료하고 다시 씌웠다. 오늘은 나머지 사랑니 두 개를 발치했다. 치과를 다녀왔을 뿐인데 인생공부 제대로 하는 기분이다. 기도하는 마음, 참회하는 마음, 복을 빌어주는 마음으로 진료실에서 머물렀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치과 한번 다녀왔을 뿐인데 말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치아가 약하다. 오복 중 하나가 약하다고 생각할 뿐 그것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생각하고 말하길 "우리 부모님 모두 치아가 약하고 내 형제 자매도 다 그래."할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동업중생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닿았다. 우리는 도대체 어느 시절 어떤 악업으로 인연되었기에 오늘날 치아 약한 가족으로 만났을까? 이 치아로 무엇을 잘못했기에 오늘날 이렇게 치아문제로 편안하지 않을까? (물론 치아로 직접적으로 악업을 행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아마도 치아가 약하게 타고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너무 그런 표현에 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한 시대를 한 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은 공통의 업이 있다고 알고 있다. 무엇을 공유함일까? 불행이라면 그 불행에 관해 이어져있으며 행복이라면 그 행복에 관해 이어져있을 것이다. 그러니 약하고 고통스럽고 뭔가 좋지 않은 것을 공유한다면 그 악업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아가 약한 나는 부처님 법을 배우며 이런 원, 다짐을 한다. 지금의 이 치아를 죽을 때까지 잘 아껴쓰리라. 가족도 그랬으면 좋겠다. 타고난 치아에 악업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고 하더라도 부처님 법을 잘 배우고 선업으로 장엄하여 그 그림자를 지워갔으면 좋겠다. 죽음의 순간이 되면 이 육체 잘쓰고 간다하면서 편안하게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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