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돌아가신 황전스님의 글을 자주 읽었다.
오도선방이라는 스님의 블로그에 자주 들렀는데 아직 읽지 못한 글들은 내 안목이 좀 더 향상되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스님에게 배운 것 중 한가지는 법이 근기따라 열리게 되기에, 어느 순간의 깨달음이 다음 순간에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완성될 때까지는 법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법을 말할 때 이것이 정답이라거나 이것이 옳다거나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다. 당시에 이해한 바를 기록하는 것도 사실 달가워하지 않았다. 다만 공부한 것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적는다고 했고, 누군가 글을 읽고 도움을 받을 이를 위해서 적는다고도 했다. 그래서 스님은 지금 나의 근기, 내 수준에서의 법이라는 글귀를 많이 올렸다. 정확한 표현은 가물가물하나.
법화경을 읽으면서 스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었다. 법은 근기따라 그 의미가 달리 열린다. 그러하기에 글을 적어 견해를 피력할 때 나도 이런 류의 말을 쓰게 되었다. '이것은 지금 내가 이해하는 수준에서의 글이다.',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내일이면 어찌 변할지 모른다.'
오늘은 어떤 이가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글귀를 보고 이따위로 글을 적냐고 비난을 했다. 비난을 위한 글이라 크게 마음에 두지 않지만, 내 견해가 수행의 과정을 거쳐 달라질 수 있으니, 지금 이 글은 읽고 참고하면 좋겠다라는 뜻을 담을 뿐, 내 글에 자신이 없다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적는 것이 아니다. 법을 제대로 공부하는 이라면 오히려 배울 일이지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다. 오늘의 깨달음이 내일과 다를 수도 있다. 그런 변화에 마음을 열지 않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따라가기 어렵다.
근기는 수행하면서 변화한다. 근기가 변화하면 법을 보는 안목도 변화한다. 법은 그대로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안목이 변하니 설하는 법이 변한다. 그러니 어찌 내 오늘 말을 절대적으로 믿으라고 하겠는가! 다만 오늘 내 안목에서 열린 이 작은 견해를 보고 참고하라고 말할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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