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거짓말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1. 26. 12:17

언제부터인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안과 겉이 같은 것이 편하기도 하고 선업 아닌 악업이니 그게 좋다. 특히 나를 위한 거짓말, 남에게 도움되지 않는 거짓말이라면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언뜻 생각해도 누군가 물어본다면 사실을 말하기 곤란하고 불편할 질문들이 분명 있다. 그런 경우가 되면 차라리 답을 피할지언정 거짓을 말하지 않는 것을 택할 것이다.


방안에 있으니 어머니가 점심 약속이 있는데 늦었는지 약속대상이 전화를 한 모양이다. "어, 지금 가고 있어. 지금 가고 있어." 집에 있으면서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뭣하러 거짓말을 하지?' 핀잔같은 마음이 올라왔다. 상황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어차피 늦었다면 '미안, 빨리 갈게. 0분 정도면 갈 것 같아.' 정도로 말해도 충분할텐데 허물이 될 거짓말을 뭣하러 하나 싶었다. 아마도 늘 그런 식의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 것이다. 가고 있다고 하니 '빨리 오겠지' 하면서 기다리다가 성격 급한 사람이라면 분노 게이지가 점점 머리 위로 솟구칠 것이다. 거짓을 말하지 않고도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말은 많다. 그 말이 오히려 상대방의 화기가 더 높아질 기회를 사전에 차단할 수도 있으니 거짓을 말하는 것이 꼭 위기 모면에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거짓말 하지 말자고 하면 항상 튀어나오는 것이 선의의 거짓말이다. 해도 좋은 것이지 잘 모르겠지만, 나의 이득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남을 해치기보다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해도 괜찮으려나 싶긴 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거짓을 말하는 것에 너무 익숙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기분나쁘지 않게 대응하면서 거짓으로 꾸미지 않는 말의 방식을 터득해보면 어떨까. 그게 장기적으로 악업에서 멀어지고 청정한 삶에 가까워지는 길이다.


'2018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을 들었다면  (0) 2018.11.29
육근의 청정  (0) 2018.11.27
구하라, 구할 바가 없다.  (0) 2018.11.26
나무아미타불 카페  (0) 2018.11.25
본질을 보라  (0) 2018.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