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교만인가, 인연의 끝인가.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2. 1. 10:25

웃었다. ㅋㅋㅋ 끝났는데 끝난줄 모르고 애써 마음쓰며 착각을 했다는 사실에 웃었다. 상대는 받을 마음도 없는데, 줘야 하나를 고민했던 어리석은 사람과 비슷한 꼬라지라 웃었다. 너 바보 아니니 했다. 기분이 나쁠까 했는데 그것도 아니라서 다만 어떻게 가고 있는가가 궁금한 것도 같다. 이 생각도 저 생각도 내가 잘났다는 상에서 일어난 것은 아닐까에 대한 고민이 일기도 했다. 불성은 각자에게 맞는 자리로 이끌어가고 있을테니 내가 판단하고 고민할 바가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자세히 적고픈 마음은 없으나 그래도 적어픈 마음이 있어서 이러고 있다. 정리하여 적지는 않으려 한다. 그래서 조금은 난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신세한탄을 하는 이가 있었다. 그것이 늘 이상했고 마음쓰였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함께 고민을 했고 함게 답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글을 적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글을 읽으면서 점차 불편해졌고 답답해졌다. 별로 읽고 싶지 않았고 별로 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음 바꿔 가끔 답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글을 읽으면서 이런 사람이 보였다. 답을 얻었지만 그대로 나아가지 않는 사람, 다른 이에게 편안을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의 불안함을 지속적으로 밖으로 호소하는 사람, 깊은 수행을 말하면서 초보의 마음에 매여있는 사람, 매우 불안정하여 정말 수행이 필요한 사람. 글을 보건대 잊을만하면 한번씩 신세타령을 했고 그 내용은 상당히 반복적이었다. 고통스럽다는 그 상태를 자기도 모르게 즐기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 글에는 이런다. '내가 죄가 많나 봅니다. 기도하면서 힘들어요. 기도하면서 편안한 사람이 부럽습니다. 부처님은 나보러 죽으라는 걸까요?' 그에 대해 내 마음은 이리 답하는 것 같다. '죄가 많은가 보지요. 기도하면서 편안한 사람들은 그만큼 쌓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자라면 자신이 지어 자신이 받는다는 것을 알터인데 자신이 지은 죄로 받는 고통을 왜 부처님 탓하나요? 기도하면서 편안하고 싶다면 그만큼의 노력을 하면 됩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요? 부처님이 내리는 법의 비는 평등하나 그릇따라 받는 것이 달라질 뿐이며 그릇의 크기는 온전히 나에게 달린 일입니다.'

 

오늘 자신의 글에 달린 댓글에 대한 답하는 모습을 보고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딴 글에는 삼배를, 어떤 글에는 이런 저런 답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글을 올리는 이유가 힘든 마음을 위로받기 위함이겠지만 공왕불 기도자에게 삼배, 나에게 삼배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ㅋㅋㅋ 진짜 웃었다. 사실 공왕불기도자와 동급의 답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건 그 사람 마음이며 그것이 그에게 타당한 것일테니 할말은 없다. 다만 그런 마음이라면 더 이상 상대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어졌다. 어쩌면 그의 지속된 글을 읽다가 마음이 불편해진 순간 내면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서성인 내 마음이 어리석은 집착일지도 모르겠다.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신세한탄을 하고 그에 대해 마음 위로하는 글을 읽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에게는 이미 그럴 적기가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스님들이 왜 그에게는 죽을듯이 기도하라고 했을까.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왜라는 의문을 갖기 전에, 스님을 믿었다면 받아들이고 그대로 따름이 합당하다. 백날 천날 왜왜왜 외쳐봤자 답을 얻겠는가 말이다. 돌고 돌아갈 뿐이니 가장 빠른 길은 들은 순간 깊이 받아들여 따르는 행을 꾸준히 지어가는 것에 있다. 말이야 스님을 빌어 자신을 드러내지만 아는 자의 깊은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한 좋은 변화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왠지 스님들이 했던 그 말의 마음을 나도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위중한데 여전히 밖으로 돌며 신세타령에 젖어있는 그는 외부로 돌아가는 마음을 자신에게 돌리는 날 참된 수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상황과 이어진 교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의 반응에 기분나빠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같아서 말이다. 그런 마음인가를 들여보는 순간 내 말이 맞다는 생각과 태도, 다시 말해 내가 하는 생각, 적는 글이 바르니 들어야 한다는 교만이 들어선 것은 아닐까에 대한 고민이 일었다. 이리 고민하는 것을 보면 아직 위험한 지경은 아닌 것도 같으나, 아무튼 불자는 한시라도 자신에 대한 성찰에서 멀어지면 안되는 것 같다. 인연의 끝임은 알 것 같다. 펼쳐진 마음을 거둘 필요는 없겠지만 무리하여 마음쓸 필요는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인연 속에서 합당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렇게 하나의 인연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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