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본찰에서 주관하는 합창 예술제 오디션에 합격했다.
오디션에서 들어보니 노래가 다 듣기 좋았다.
우리가 잘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도 있었겠지만, 노래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정말 마음을 다한 이들이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제 발표가 났다.
사찰별로 당락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연습 참석률에 따라 개인별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우리 파트에서 7명 중 나와 가장 연장자인 분만 합격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를 괴롭게 하던 단원들이 다 떨어졌다.
합창을 그만두리라 마음먹었을 때, 이 행사는 끝내고 관두겠다고 했는데, 마지막 연습을 위해 청주로 하루, 행사를 위해 서울로 하루,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행사를 위해서는 더 이상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양날의 검이다.
다같이 가면 서로 마음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따돌리려 했던 나만 되었으니, 얼마나 기분 나쁠 것인가. 지금은 그 나쁜 기분을 서로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좋다.
복이 없어, 인연이 없어 묘법연화경에 대한 노래를 처음 선보이는 행사에 설 수 없었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라서.
내가 좋아하는 법화경을 노래로 부모님 앞에서, 불보살님 앞에서, 많은 인연자들 앞에서 부를 수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음성공양 올릴 수 있어서.
발표 후 우리 파트 단톡방에는 떨어진 것에 대한 감상, 서로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도배되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나를 물먹이려는 뜻이 느껴졌다.
가장 기도 열심히 한다고 자부하는 분이 앞장서서 그러니, 참 아이러니하다.
기분 좋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이구나 싶었다.
아침 산책을 나섰다.
염불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런 짓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다.
다만 그의 업식일 뿐.
그의 업식에 따라 그런 생각을 하고 마음을 먹고 기분이 들고 행동을 한다.
그러니 사람을 미워할 이유가 없다.
업식도 미워할 이유는 없다.
다만 마주하면 불편할 뿐이다.
아직은 내가 밝힐 힘이 없으니.
나도 업식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업식을 따르면서 부처님을 따른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늘 확인할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정말 나를 물먹이고 싶으면 바른 법, 참된 부처님 법으로 먹이라고.
사람의 힘으로 부처님 따르려는 불자를 물먹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일거라고.
불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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