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을 많이 적는다.
어느날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경전을 읽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솟구쳤다.
작은 깨달음, 나누고 싶은 그런 생각들이 흘러나왔다.
일상을 지내면서도 그런 현상들이 수시로 일어났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서, 또 직접 마주하면서 겪는 일상의 상황들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정리되었고 흘러나왔다.
그저 일기처럼 적어보고도 싶었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기도 했다. 말해주고 싶었다.
그게 시작이었는데 요즘은 가끔 집착인가 욕심인가 억지인가를 살핀다. 다행스럽게도 그렇다.
글을 쓴다는 행위에 대해 무엇으로 인함이고 무엇을 위함인지를 명확하게 살필 필요성을 느낀다.
언제라도 가볍게 떠날 수 있다면 일단은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지 모르겠다.
글을 적는 마음이 삿된 마음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른 것인지가 중요하다. 바르지 않다면 하지 않는 것이 나을테니 말이다. 단지 악업이 될 뿐이다.
횟수든 표현이든 적절했으면 좋겠다. 가장 적절한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적절한 글이 인연따라 누군가의 마음을 맑히고 밝힌다면 기쁠 것 같다.
잠깐 어제의 작은 해프닝을 적어볼까 한다.
어제 블로그에 글을 적다가 다른 이의 허물을 비판하는 글이 되기에(이미 비슷하게 그와 관련된 글을 적은 것이 있었다. 비판이 목적은 아니지만 그런 내용으로도 읽을 수 있는 글이었다) 이 글이 적절하지 않다면 그냥 지워져버리기를 살짝? 발원하고 글을 적었다.
한시간 넘게 작성하고 나서 등록키를 누르니 연결되어 있던 인터넷이 끊겨 있었다. 화면이 열린 상태로 인터넷 연결을 하니 클립으로 복사되어 있다, 글쓰기로 들어가서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면 복사키가 있다고 메세지가 뜬다. 안심하고 안내대로 들어가서 복사하니 단 한줄이 복사된다.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자동저장된 글을 찾으니 한참 전에 저장된 글이라 완성글에 비해 반정도의 분량이었다. 자동저장 시간의 텀이 이렇게 컸던가? 30분도 더 전에 저장된 것이 최종이었다. 날라간 글을 아쉬워하면서 다시 적을까를 고민하는데 문득 내 발원이 기억났다. 순간 '아하. 이게 법계의 뜻, 내 불성의 소리인가 보다. 지금 뭔가 잘못하고 있었나 보다. 이 글은 올리면 안되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시간 넘게 진행된 글쓰기의 과정에서 모든 것이 글쓰기를 방해하고 있는 모습이니 말이다. 그런 적이 전에는 없었다. 내 논리를 적어서 그의 논리를 반박하는, 내가 생각하기에 굉장히 타당하다고 생각한 그 글을 다 지워버렸다. 자동저장된 글을 아낌없이 날려버렸다.
어떤 글을 적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생각하건대 글을 적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가, 그것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어제의 해프닝은 비판으로 젖어들어갈 수 있는 위험한 흐름을 벗어나라는 불성의 자비로운 경책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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