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꿈, 나를 보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3. 21. 13:50

또 꿈이야기? 너무 집착하는거 아니니? 할 수 있다. 그런데 수행은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꿈이 나를 알게 하니 적어보려 한다.


지난밤 꿈이 완전 별로였다. 꿈을 깨면서 '이게 뭐지?'싶었다. 열심히 수행하던 지난날에는 꿈 속에서조차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고 불법계의 어떤 존재들로부터 칭찬받거나 인정받기도 했는데, 지난밤 꿈에는 어머니가 나타나 형제무리 중 내가 못했다고 하면서 나 홀로 옆으로 쫓겨나(?) 소외되는 상황이었고 그것에 대해 진심으로 화를 냈다. 왜 이런 꿈일까.


전날 감사준비로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일을 했기에 피곤해졌다. '오늘은 책을 읽지 말고 빨리 잠을 자라'는 선임동료의 말을 무시하기 어려워 어제는 경전을 읽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게으른 나를 이제 신뢰하지 않는다는 어떤 존재의 메세지인가 싶기도 했다. 사실 요즘 수행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늘 깨어있지 않았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했고  걱정과 근심으로 마음이 흐려졌다.


특히 어머니로 화한 존재 아닌가. 수행의 초창기에는 알지 못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만나지는 존재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부처님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드러나니, 친밀해졌으나 신뢰받지 못하는 내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두렵기도 씁쓸하기도 했다. 그에 대해 진심으로 화를 낸 내 마음도 이해되지 않았다. 왜 그리 화가 났을까. 다른 때와는 달리 꿈을 깨고 나서 무언가를 가다듬고 좋은 것을 관하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원장을 비롯한 전직원이 모이는 회의를 하고 나서 그 꿈의 연유를 알 것 같아졌다. 이 모습을 알라고 깊은 무의식이 부지런히 꿈으로 보여줬나 보다 싶었다. 이제 정식으로 일한지 6개월째인데 많이 힘든 날이었다. 너무 힘든 날에는 여러차례 어머니에게 궁시렁거렸고 그건 험담이 아니라 내 진심이었다. '머리가 나쁘기도 하고 심성이 나쁘기도 하고 복지를 하면 안되는 마음이기도 하고'


처음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진짜 많이 바뀌기는 했다. 신기한 것이 내가 고민했던 일들, 세웠던 원들이 어느순간 비슷하게 흘러가기도 한다. 불자가 괜히 불자인가. 그런데 그 와중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꿈으로, 오늘 회의로 알게 된 것이다. 사람들을 알아차리고 날카롭게 판단하고 싫어하는 마음, 나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그런 것을 알라 하는 것 같다. 


인정이야 구할 것은 아니니, 그냥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으로 족하다. 내 할 도리를 한다면 그것으로 모든 상황이 정리될 것이다. 또 불편해하고 싫어하는 마음에 대해 떠나야 할 것 같다. 자비로 채워지길. 다음 꿈에는 나무아미타불하면서 상대를 축원의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무 아미타불 _()_ 미워하는 마음, 분별하는 마음을 부처님에게 바칩니다. 늘 불성의 지혜와 자비로 가득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