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불자가 꿈 이야기를 하면 조금 어색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내 내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늘도 나를 돌아보게 하는 꿈이야기를 잠깐 적어보려 한다. 세 가지의 꿈을 꿨는데 그 중 두가지 이야기이다.
1. 볼 일을 보려고 하는데 변기에 무언가 더러운 것들이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 나와서 안에 들어찬 것을 꺼내는데 좌식 변기 위 쪽의 것들을 꺼내고 나서도 안에(밑으로)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스 비슷한 것을 꺼내자 옷을 입지 않은 죽은 이의 몸과 여러가지가 잡동사니처럼 나온다. 시체, 이 부분은 드라마의 영향인 것도 같다. 박스를 들어낸 밑으로도 많은 것들이 가득차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꾸면서도 생각하길 내가 인연영가를 위해서 법화경 독경을 하는 것과 관계있겠다 싶었다. 법화경을 읽는 것이 변기 안에 가득 들어차 있는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과 같을 것인데 처음 마음과 달리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내가 명확해져서 부끄러움(?)을 느낀 것도 같다.
2. 합창단에 있었다. 단원 중에 한 사람을 보면서 작년에 탈퇴한 나이많은 분이라고 생각했다. 신기한 것은 얼굴이 다르고 아주 젊었는데 그 사람이라 정말 믿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젊어졌어요? 자매라고 해도 믿겠어요.' 그저 나를 바라보는 그 사람을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또 내 인사를 받지 않고 합창의 한계를 느끼게 하여 내 탈퇴의 이유가 되었던 전 탐장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더니 '다시 나올 거지요?'한다. 순간 손을 뿌리치며 '안나갈거예요.'했다. 그 말에 이런 저런 말을 하는 팀장을 보면서 내가 거짓말쟁임을 느꼈다.
탈퇴한 분에 대한 것은 잘 모르겠다. 내 내면의 무엇을 담는지, 보이지 않는 현상의 무엇을 담는지. 억지로 생각할 필요는 없으니 넘어가려 한다. 전 팀장에 대해 적자면 지난 번 종단의 합창 행사를 포기하면서 생각하길 그 사람이 나오라고 권한다면 나가겠다고 했었다. 서로 화합하지 않는 마음으로 노래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그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가 법계에 올릴 수 있는 음성공양은 최선이라고 해도 최선이 되기 어려움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가 나오라고 권했음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없이 나가지 않겠다고 했으니 내 마음은 무엇일까. 무엇이 내 진심일까. 왜 그렇게 고민없이 거절했을까. 아직은 내 마음을 모르겠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외부의 상황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고 행을 결정하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상황에 따라 물러서기도 하고 나서기도 하는 것이지만 불자의 견고한 마음자리를 말하자면 그렇다. 그러니 전 팀장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내 행을 결정하겠다는 생각 또한 늘 올바른 결정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의 마음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뜻, 나의 결정 아닐까. 지금은 충분한 힘, 역량이 아니기에 물러나지만 그 역량이 갖춰지면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3. 나의 꿈은 단계 단계를 거치면서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마치 선생님이 제자를 앞에 두고 생각해야 할 바를 던져주는 것과 비슷한 것도 같다. 명확하게 밝아진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외부의 상황을 이유로 행을 결정하는 것이 늘 올바른 선택일 수는 없다는 것을 마음에 담고 내가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고민하며 다시 불자로서 최선이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게으른 나를 일으켜 인연영가를 위한 법화경 독경을 마지막 재 전에 마쳐 회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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