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기 직전 꿈을 꾸었다.
어디서 들으니 새벽에 꾸는 꿈은 개꿈이 아니라고 하는데 ㅋㅋ
기분이 좋지 않은 꿈이었는데 일어나서 부모님 약차를 정리한 뒤 샤워를 하면서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갔다.
개인적으로 샤워하면서 생각의 방향이 정리될 때가 많다.
꿈을 적어보면 이렇다.
하는 일이 장애인 거주시설 생활재활교사다 보니 꿈에서 이용인이라고 생각되는 네, 다섯 명의 사람들에게 아침밥을 차려주는 상황이었다. 빨리 밥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야 했다. 아무튼 반찬 중 가지 요리를 하는 중이었는데, 꿈속에서 나는 이미 조리된 가지 반찬이 있음에도 가지로 총 세 가지의 반찬을 하려고 시도 중이었고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파트너를 이루어 일하는 교사가 (현실에서 일러바치기 대장) 내 일이 늦어지는 이 모습에 대해 선임에게 전화를 하겠구나 싶은데도 반찬을 하려는 무식한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늦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더 맛있게 조리하겠다는 욕심으로 이미 버무려져 있는(이것은 내가 조리한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고추장만 대강 묻혀진 상태였다) 가지를 뒤적였고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꿈에는 욕심으로 움직이는 내가 있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내가 있는 듯 했다. 아마도 바라보는 나는 무의식에 가까운 나, 혹은 무의식에 이끌려 상황을 보도록 초대된 내가 아닐까 싶다. 무의식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내가 이 꿈을 통해 무엇을 이해하길 바라는 것일까. 어떤 고민과 이해를 통해 최선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것이 고민이다.
꿈의 이야기는 요즘 나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기도 하다. 법화경, 염불, 능엄주를 하던 내가 요즘 인연에 의해 만트라에 입문했다. 바즈라 구루 만트라, 나에게 부족한 에너지를 보강한다고 권유받은 잠발라 만트라를 매일 한다. 그러다 보니 법화경, 염불, 능엄주를 좀 등한시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염불은 만트라 할 때 함께 하지만 법화경은 뜻 세운대로 읽지 못하고 있으며 능엄주는 못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또 입문한 곳에서 옴마니반메훔 합동 만트라를 10일간 한다고 하는데 하루 만 번이라고 하니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어제는 옴마니반메훔을 10분 정도 하면서 그 시간에 몇 번을 할 수 있나 확인하기도 했고 취침 직전에는 바즈라 구루, 잠발라를 다른 때와 달리 빠른 속도로 해보려 노력했다. 그리고 잠시 명상을 하다가 잠에 들었다.
꿈에 대한 지금 내 이해는 어떨까. 다른 때와 달리 이번 꿈은 하나로 정리되지도 않고 그 이후 명확하게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바르지 않은 이해이거나 더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내 불성과 선한 깨달음의 존재들에게 맡기고 아침에 기상해서 겪은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보려한다.
먼저 똑같은 가지로 반찬 세 개 아닌가. 아마도 조리 모양새가 달라도 근본은 가지로 하나임을 보여준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욕심내어하는 수행, 예를 들어 바즈라 구루든, 잠발라든, 아미타불이든 수행의 근본은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을 알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문제는 그 가지로 지금 가장 잘 맞는 조리법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닐까.
사실 반찬 종류보다도 나에게 강렬하게 박힌 것은 욕심을 내다가 시간에 맞출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생각하길 욕심내지 말라는 것인가, 근본은 하나이니 하나면 족하다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수행방법상의 전면적인 수정이 일어나야 하는 것일 수도.
그러다가 다시 드는 생각이 꼭 하나만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면서 세 가지의 반찬을 하고 싶다면 시간을 내어 미리 준비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졌다. 내 수행의 모습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있을 때 집중하여 진행하지 못하니 늘 출근 때가 임박하여 후회하고 퇴근하면 나태해지고 그런 모습이 반복되는 편이다.
그 생각이 일어난 이후에는 갑자기 가지 반찬의 양이 이용인들만 먹기에 너무 많아서 먹고 남을 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그러자 내 수행의 방향이 조금 잘못된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졌다.
지장경을 통해 불교에 뿌리를 내린 나는 대승을 마음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공덕을 일체중생과 법계에 회향하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 일인지를 배운 바가 있다(물론 나 역시 중생심이 뿌리 깊은 사람인지라 대승을 말하고 공덕 회향을 말해도 속내에 짠하게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던 내가 어떤 순간에 '자신이 깨달은 다음에도 늦지 않다'는 선지식의 법문을 접하고 내 문제 하나 해결 못해서 숨이 턱턱 막히는데 공덕 회향 운운하는 게 말도 안 되는 어리석은 자비에 불과할 수 있다는 그런 이해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지금의 만트라 수행에서는 나를 많이 내세우는 편이었다. 지난 염불 집중수행에서는 지금과 달랐다.
왜 많은 반찬을 나는 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무식한 욕심일지 모르나 일전에 세운 나름의 뜻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아마도 나는 이미 많은 반찬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먹을 자에 대한 생각을 잊었고 시간의 활용에 부지런하지 않을 뿐이다. 시간을 잘 활용하여 미리미리 잘 만들면 더 많이 만들어도 늦지 않을 것이며 어디 이용인뿐일까. 상당히 많은 이들을 먹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꿈에서 무의식이 전한 것을 정확히는 모르겠다. 내 해석이 틀렸다면 나의 행보를 지켜보는 불성이여, 선한 깨달음의 존재들이여, 좀 더 명확하여 오해할 수 없는 메시지를 던지라.
* 적고 읽어보니 좀 산만하다만 그냥 넘어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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