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픈 일로 바쁘다. 아버지의 인지장애(정기적 검진 외에 새로이 검사가 잡혀서 받고 있다), 폐질환에 대한 병원 진료, 새로이 부각된 콩팥 이상 소견에 대한 검사(검사 결과 단순히 노화에 따른 사이즈 감소라 괜찮다고 했다), 어머니의 치과 진료(총체적 난국, 오늘도 다녀왔다), 뇌 질환 수술(이제 수술 예정이다), 나의 물리치료 등. 진료만을 두고 보면 단순한가 싶기도 한데 그리 단순하지 않다. 왜인고 하니 병으로 인한 마음의 불안, 짜증을 하루는 어머니가, 하루가 아버지가 표현하니 늘 그저 넘어가지던 내가 요즘은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위기가 기회인데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게으름때문이기도 하고 정말 피곤해서이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요즘은 정말 꿈을 많이 꾼다. 가만 보면 이 무의식의 발현이 개꿈인 듯 하면서도 나름 의미있다. 나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니 말이다. 꿈이 많아지고 산만한 것을 보면 내 마음이 지금 그러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다음 주 월요일부터 서울에서 어머니 수술이 5일 정도 예정되어 있는데(입원이 불가하다고 한다) 첫날은 집에서 출발을 하려고 했다. 수술 시간을 따지니 첫차를 타야 해서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려고 했는데 그 차는 당일 현장에서 사야 한다고 했다. 이것으로 한참을 고민했다. 당일 사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일단 그 다음차를 예매하고 당일 첫차표를 끊게 되면 취소하면 될까에 대한 것이었다. 첫차를 타야 병원까지 편안하게 들어갈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일단 내 물리치료를 먼저 받고 터미널로 가서(터미널과 내가 진료받는 병원이 가까웠다) 언제부터 발권이 가능한지 알아보자 싶었다.
정말 마음을 탁 놓고 있었다. 어차피 월요일에 살 수 있는 표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터미널 개표소에서 예매가능여부를 별 기대하지 않고 정말 빈말처럼 물었는데 예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몇 장을 살거냐고 해서 세 명이라고 하니 개표소 직원 왈, 딱 세장이 남았다는 것이다. 맨 뒤로 줄지어 있는 세 자리였다. 표를 끊어 돌아나오는데 참 이상하다 싶었다. 물론 우연이라 말할 수 있지만 세상에 진짜 우연이 있을까. 아마도 세상이, 어떤 존재가, 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는 생각들었다. 옛다, 표 세장. 그래서 이리 말했다. 감사합니다, 부처님.
부처님은 부모에게 효를 다하라고 하셨다. 지금 아무리 잘사는 모습이더라도 부모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않는 사람의 미래는 밝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녀있는 이들은 자신이 지금 보이는 부모에 대한 마음과 행이 미래에 자신이 자식에게 받을 마음과 행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렇게 단순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자식만 중하다 하지 말고 부모의 고마움을 새기는 날, 부모에게 상처받았다면 그 인연을 만들었을 과거생을 생각하여 오늘 내가 할 도리를 다하고 좋은 인연으로 마무리하자 마음먹는 날 되었으면 한다. 이리 적는 나도 아직 한참 멀었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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