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주를 마스크 구매하려 인터넷을 이리 저리 찾아봐도 살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오프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언제, 어디로 갈 것이며, 안다고 한들 얼마나 줄서 기다려야 할 것인가. 마음과 몸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마음이 있긴 했으나 타인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는 왠지 힘을 잃어버리는 쪽에 가까운 편이라 좀 편안해질 날을 기다려야 하나 했다. 그러다가 동료에게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약국에 8시까지 가면 살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일까.
어제는 10시 퇴근이었고 오늘은 시간이 맞으니 한번 가보자 싶었다. 아침에 알람소리를 듣고 7시에 일어났고 화장실을 드나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8시라고 했는데 며칠 전 얘기니 좀 일찍 가야 되는가, 너무 기대는 말자, 8시부터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옷만 간단하게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운동삼아 걸어가다보니 멀리서 깜빡이를 켠 자동차들이 보였고, 더 가까이 가면서 제법 늘어선 사람줄이 보였다. '약국에 100개가 있다고 해도 20명이면 끝인데...' 헛수고라는 생각을 하면서 줄로 다가섰다. 20명은 이미 넘어선 듯 보였다. 앞에서부터 어떤 여자가 사람을 헤아리면서 다가왔다. 내가 먼저 섰고 그 사람이 내 뒤에 서면서 서른 몇명이라고 했다. 30명까지는 5개, 그 이후 6명에게는 3개를 판매한다고 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3개라도 살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자동차를 타고 오지 않은 나를 후회했다. '조금만 더 서두를 것을.'
8시가 되어가는지 약사가 출근을 하더니 앞에서부터 번호표를 나눠준다. 그런데 아, 이런 일이!! 내가 딱 30번이었다. 나까지 5개를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내 뒤에 선 여자가 사람 수를 헤아리지 않고 줄에 섰다면 그 사람이 30번, 내가 31번일텐데 말이다. 신기한 만감이 교차했다. 덕분에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 5개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8시15분에 판매를 하겠다고 공지를 했는데 날이 춥다고 8시에 판매를 시작하여 한 30분이 안되게 기다리고 마스크를 사온 것 같다.
마스크 하나를 사면서도 느낀 바가 많다. (자세히 적지 않겠지만)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삐죽거리는 내 마음을 보았고 보고나서는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은 나, 말로 번지르르한 나를 다시금 알게 되어 부끄러움을 느꼈다. 또 '복이 많이 이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생각났으니, 정말 잘 살아가고 싶다면 오늘 무엇에 힘을 써야 참으로 지혜로운 것인가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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