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이다.
다툼이 있었다.
도덕, 가정교육, 상식, 모든 것을 끌어다 놓은 내 마음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화 불가능, 소통 불가능, 교류 불가능.
상대적으로 어린 나에게 누군가 '네가 사과하면 어떠냐'고 했다.
모임 전 법당에 앉아 부처님을 마주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람.
부처님 앞에서 이런 저런 말을 하기도, 내 입장을 주저리 주저리 떠들기도 했을거다.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마법처럼 그랬다.
사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과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별 일도 아닌데.
그날 사과를 하는 나에게 그 사람은 이상한 낯빛을 보이며 그냥 넘어가자 했다.
따지자면 그 사람이 나에게 사과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었는데.
그런데 그 반응을 보면서 그 사람이 걱정됐던 것 같다.
그런 얼굴빛은 처음 봤다. 노랗기도 하고 무언가 울렁(?)거리는 낯빛은 참 불안정하고 격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 이후 우리는 그냥 저냥 잘 지낸다.
마음이 산란할 때 부처님을 부른다.
환경의 이런 저런 모양이 아닌, 흔들리는 내 마음을 보려고 노력한다.
내 뜻은 아닐건대, 불성의 뜻(?)은 아닐건대 나를 괴롭히는 이 마음의 작용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부처님께 이 산란한 마음을 바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싱그러운 바람에 더위가 사라지듯 마음은 새로운 답에 이르고 평온을 얻는다.
부처님의 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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