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에서 8월에 묘법연화경 전 품으로 노래를 한다. 그 행사를 위해 전국 합창단이 열심히 연습중이다. 개인 사정에 더해 내 마음이 그러해서 합창을 관두어야겠다 생각한지 두 달 정도 된다. 법화경 노래라는 생각때문인지, 평소 복이나 가피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그리 생각하던 나였는데 그 행사에 참석하는 것에 알게 모르게 집착했었다. 그리고 어느 날이 되어서는 그 집착마저 벗어났다. 편안했다. 그래서 탈퇴의 말을 카톡에 적어놓고 언제 보낼까 하던 참이었다.
합창을 관두려는 마음은 개인의 사정, 합창단에서의 문제, 사찰 스님의 문제가 복합되어 일어났는데, 결국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없어졌다고 하면 정확할 것이다. 지금은 그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는, 놓치기 어려울만큼 확고한 생각이 한동안 들었었다. 합창 말고도 부처님을 만나는 밝은 일은 늘 어디서나 가능하며 오히려 사찰에 소속되어 스님을 마주하고 합창을 하는 것이 편안한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적지만 매우 확고했다. 다른 이들이 무어라 이야기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그 마음을 바꿨다. 아주 쉬운 일이었다. 며칠전 종단 큰 스님이 꿈에 나타났다. 평소 치아가 없어서 특유의 말투가 있는데 그 말투로 꽤 긴 말씀을 하셨다. 표현하기 어렵다. 꿈에서 알아들은 것 같은데 현실의 나는 그게 기억나지 않는다. 꿈을 꾸고 깨면서 기억하겠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기억할건데 싶기도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다. 아마 나의 근기, 경계, 청정함이 이 정도인가 보다 싶다.
꿈을 꾸고 나서는 생각 안나는 아쉬움 정도의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오늘 병원가는 길에 문득 그 꿈이 나에게 법화경 노래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전하는 메세지로 느껴졌다. '불자야. 이 노래를 네가 불렀으면 좋겠다.' 나에게 법화경을 내세우면서 합창에 오라고 말했던 이들이 있었지만 그 말은 내 마음에 닿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문득 마음에서 일어난 이 메세지는 그대로 청정하여 참으로 기뻤다. 그 순간 모든 일들이 별일 아닌 것이 되었다. 마음을 번잡하게 만드는 주지스님의 일도 별일이 아닌 것이 되었다. 너무 큰 것이 있어서 사소한 것들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순간 내 주변으로 건장한 신장들이 옹호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당하고 밝고 즐거워졌다.
오늘 적었던 꿈이야기와 이상하게 연결된다. 나를 해치려고 하던 벌 한마리, 꿈에서 그것을 별 것 아닌듯이 없애버린 남자아이. 사라진 벌 한마리는 내 마음을 번잡하게 하던 고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일 아니듯 시크하게 없애버린 남자아이. 무언가를 해준다는 상도 없이 행해진 그 배려 안에 내가 있다. 꿈은 나에게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를 전하지만 그 이야기의 무엇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는 일이다. 모든 것이 나의 마음작용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맞다. 그런데 마음이 무엇인가. 모든 것이다. 그러니 하찮은 마음작용일 뿐이 아니라 대단한 마음의 작용이다. 그 마음작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아차리는 불자는 많은 것을 알게 되지 싶다. 그렇다고 꿈에 집착하라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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