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법정스님, 날마다 출가하라 (출가, 재가를 분별하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글)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4. 14. 10:25

오늘 우연히 법정스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어제 길상사로 삼사순례를 다녀왔는데 짧은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문득 눈에 들어온 글의 제목이 그 짧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라는 듯 합니다. 또 어제 제 글에 성철스님, 청화스님(맞나요?)을 거론하면서 출가승의 치열한 수행을 언급한 분이 계신데 이것을 한번 생각해보라는 법계의 안배같습니다. 글이 마음에 그대로 담기네요.

결국 출가라는 의미는 출가, 재가라는 외적인 모습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혼탁한 이 때야말로 재가의 모습을 갖추되 출가의 마음으로 삶을 밝히는 이들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몸이 출가해도 마음이 출가하지 않았다면 참된 출가가 아닙니다. 몸이 재가라도 마음이 출가라면 충분히 훌륭합니다. 더 적고 싶지만 자칫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있을까 염려되어 적지 않겠습니다. 유마경을 제대로 읽지 않았지만 아마도 유마거사의 가르침과 닮은 글이 되었을 것도 같습니다. 다른 분들이 가끔 적거나 말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출가는 어떤 의미입니까. 스님의 글입니다.


나는 줄곧 혼자 살고 있다.
그러니 내가 나를 감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수행이 가능하겠는가.
홀로 살면서도 나는 아침저녁 예불을 빼놓지 않는다.
하루를 거르면 한 달을 거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삶 자체가 흐트러진다.
우리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생명을 요구하는필수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타성의 늪에서 떨치고 일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저마다 자기의 일상생활이 있다.
자기의 세계가 있다.
그 일상의 삶으로부터 거듭거듭 떨쳐 버리고 출가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머리를 깎고 산이나 절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비본질적인 것들을 버리고 떠나는 정신이 필요하다.
홀로 있으려면 최소한의 인내가 필요하다.
홀로 있으면 외롭다고 해서 뭔가 다른 탈출구를 찾으려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자기 영혼의 투명성이 고이다가 사라져 버린다.
홀로 있지 못하면 삶의 전체적인 리듬을 잃는다.
홀로 조용히 사유하는, 마음을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그런 시간이 없다면 전체적인 삶의 리듬 같은 것이 사라진다.
삶의 탄력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