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법화경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9. 28. 14:4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영어에서는 listen이 아닌 hear을 쓴다.
두 단어의 차이를 생각하면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의 의미를 조금 더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공부한 것인데, 기억이 생생하다. 듣는다고 할 때, 굳이 차이점을 말한다면 listen은 듣는 이가 의지를 갖고 듣는 것을, hear은 그런 소리가 들린 것을 의미한다.
별차이 없는 것 같지만 큰 차이이다.

아난이 '이와 같이 들었다'고 하면서 경을 시작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대화를 의지를 갖고 들어서 자신의 시각으로 변형된 것이 전혀 없이 그냥 들린 그대로 읊는다는 것을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닐까?
경전은 부처님 말씀 그대로가 담겨야 한다. 그 자리에 있지 않지만, 설법하는 그 자리에서 부처님을 마주하듯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그 말씀을 읽어 사유하고 부처님이 뜻하신 바를 이해하고 깨달아가야 하는 것이다.
아난은 그것을 위해 자신의 시각으로 변질된 것이 전혀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말,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뜻이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불교대학에서 법화경을 설하시던 교수님은 '이와 같이 들었다.'를 가지고 꽤 힘을 주어 설명하셨다. 죄송하게도 당시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해서 기억을 정확히 할 수 없고 기록한 내용도 없다. 단지 '그렇게 들린 것임'을 강조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날 뿐. 아마도 위에 적은 내용과 비슷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40년을 매일 매일 법화경 수지독송하셨다는 교수님이 마음에 새겨 강조할만큼 '이와 같이 들었다'에는 우리가 사유할만한 것이 분명 있는 것 같다.

가르침을 정리, 기록하기 위해서 결집했던 부처님의 제자들과 아난 덕분에 우리는 2500년도 넘는 오랜 시간 전에 설법하셨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늘 만날 수 있다. 경전을 펼쳐 읽는다면 적어도 그분들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방식으로 옮겨적은 부처님 가르침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누군가 달을 보라고 손가락을 든 이야기. 손가락이 휘었든 곧든 길든 짧든 그 손가락을 통해 달을 보았다면 손가락은 이미 그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들었다'는 손가락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가 달이다. 구절을 읽어 그 뜻을 알아차렸다면 나는 달을 보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니 손가락이 휘었든 곧든 상관없지 않을까?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이 손가락인가? 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