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선만 넘지 않으면 괜찮다고 했었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2. 11. 09:33

능엄주를 읽는데 문득 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했던 말인지 명확하지 않은데 어떤 말이 생각났고 웃음이 났다.


작년같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까이 함으로써 몸과 마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스스로 제법 자비로워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웃기지 않은가. 놀고 있네, 뭐 그런 말을 해도 괜찮을 지점이다. 분명 변화가 있었지만 가짜처럼 약하고 불안하고 혼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무엇이든 가릴 수 없는 명확함으로 확신이 되고 자연스럽게 드러날 때 그 때가 진짜같다. 진짜배기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사람으로 인해 무슨 기분좋지 않은 좀 화나는 상황이 있었고 그때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다 괜찮아. 무엇을 하든 다 받아줄 수 있어.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어떤 선, 그 선만 넘지 않으면 돼." 굉장히 내가 너그러운 사람이라는 듯한 뉘앙스로 살짝 격앙된 상태에서 그런 비슷한 말을 했다.


오늘의 내가 작년의 나를 만난다면 너 참 바보같다고 할 것 같다. 사실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도대체 어떤 선이 적절한 선이며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의 나는 달리 말할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선이 필요한 것이라면 내가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같다. 필요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사람들과 일이 있을 때 일의 잘잘못을 떠나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사과하고 그런 기억이 많다고 하자, 어떤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자신도 그랬는데 너무 그렇게 하다 보면 자기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그 말을 이해할 것 같았다. 다른 이들이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가볍게 대한다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동의했지만 요즘의 속마음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우주에서 가장 하찮은 사람이 된듯 낮추고 낮춘다고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이들이 다 나를 우습게 본다고 해도 그런 것들로 우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로는 작은 상처 하나 내기 어렵게 되었다. 이리 쓰고 확신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말로 상처받고 부르르 떤다면 좌절한다면 참 볼만할 것 같다. ^^ 말하고 싶은 것은 점점 그런 것에 휩쓸리는 어리석고 약한 마음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본질에 이른다면 그 어떤 것으로도 흐려지지 않을 것 같다. 또 거칠게 말해 나라고 할 것이 없다 하는데 좀 없어지면 어떤가. 나라고 하는 것이 없어지는 지점을 지나 없어지지 않는 본질을 만난다면 더 남는 장사 아닐까.


선을 넘지 않으면 된다고 똥폼을 잡으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던 그 때의 나는 재미있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선이 있든 없든 넘어오든 말든 변하지 않고 흐려지지 않는 불성으로 바라볼 날, 그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