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선몽, 좋지 않은 꿈을 꾸면 그리 되는가?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1. 19. 20:27

오늘 어떤이의 글을 읽었는데 큰 틀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의 말 속에서 진실일 것이다. 읽어보니 포교를 위해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배우는 자로서 법을 알리고 싶은 자로서 누군가가 정해졌다고 말한다면 능히 바꿀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바뀌지 않는다면 부처님 법을 배우는 의미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정해졌다면 수행이 의미있는가? 누군가가 정해졌다고 한다면 바꾸는 것이 부처님 법이라고 불자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언 중에 지장보살 멸정업진언이 있다. 정해진 업도 멸하게 하는 진언이다. 정해져 있다고 해도 능히 바꿀 수 있다. 그것이 불법의 묘미다. 


평소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행하면서 꿈을 안꾸는 것이 좋다고 하고 점점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잠자는 시간도 수행에 귀중한 시간이라 생각했고 그런 맥락에서 꿈도 수행의 방편으로 활용하고자 마음먹어서인지 수행이 깊어지면 오히려 꿈을 많이 꾸고 기억하는 편이고 꿈을 꾼다고 특별히 피곤하거나 하지 않았다. 

모든 꿈이 무의식작용이니 나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다. 그리 생각보면 버릴 것이 없긴 하지만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선몽 비슷한 꿈이다. 가끔 선몽 비슷한 꿈을 꾼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어가겠구나 지금 상황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때로는 좋지 않은 내용의 꿈을 꾸기도 한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런 꿈을 꾼 것일까? 어떤 잘못된 것이 있어서 이렇게 뒤숭숭한 꿈을 꾸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되는가? 마치 정해진 불행을 알아차린 것 같은 불안함은 마음에 깊이 사무쳐 평온한 일상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좋지 않은 꿈에 이렇게 대응하고 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기리라는 선몸이라면 오늘 그 흐름을 바꿔버리리라 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인과를 믿고 변화를 믿고 불성의 이끄심을 믿기에 이런 생각에 마음이 닿았던 것 같다. 물론 좋지 않은 일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이다. 가장 먼저 게으름을 털어버리고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한다. 경전을 읽고 염불을 한다. 그에 합당한 발원과 회향을 한다. 나를 살펴 신구의에 스며든 악업이 무엇인지를 살핀다. 확인되면 마음을 돌이킨다. 인색함, 욕망, 집착, 미움 등 모든 사악함을 벗어나 불성의 자비, 지혜 속에 머물기를 소망한다. 그렇게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정해졌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정해진 것을 오늘 바꾼다고 생각한다. 크게 바꾸지 못한다면 좋은 것은 강하게 하고 나쁜 것은 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종국에는 원하는대로 바꾼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효과가 있냐고? 물론이다. 나쁜 꿈을 꾸고 나서 그렇게 나쁜 일이 있은 기억이 없다. 착각일까?


이 꿈 이야기는 그 사람이 말하는 것과 약간 중점이 빗나가는 글일수도 있다. 그가 카르마에 의해 큰 틀이 정해졌다고 이야기를 풀어낸 이유는 그러니 우리 중생은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하여 극락가는게 최선이라는 전법을 하기 위한 것이기에 할 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의도라할지라도 정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불자가 궁극의 목표로 삼는 일이 카르마대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멀다 해도 목표가 있고 길이 있다면 그 길을 능히 갈 수 있다고 북돋아주고 확인하는 것이 먼저 불법을 배우는 우리가 할 일이다. 


나쁜 꿈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불자여, 당신이 지금 이대로라면 그대의 앞날은 이러할 수 밖에 없다. 불자여, 이것을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다면 다시 마음을 내어라. 변화는 그대에게 달렸다." 인과는 너무도 명확하여 정해지기도 하지만 또한 명확하기에 오늘 능히 바꿔갈 수 있다. 정해졌다는 것에 집중하여 낙심하지 말고 좋은 변화를 위해 노력하라. 한편으로는 정해졌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한다 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