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수행,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4. 12. 20:09

나는 재가수행자이다. 수행이 오래지도 깊지도 않다. 그냥 홀로 부처님을 배우고 싶고 따르고 싶은 불자다. 그래서 크게 주장할 바도 없고 주장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수행하면서 내 수준에서 알게 되고 드는 생각들을 이렇게 소소하게 글로 적으며 인연되는 이들과 나눈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참고삼아 읽으면 된다. 내 말이 정답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다른 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설령 누군가 아무리 높은 수준이며 덕이 높다 한들 인연따라  그의 글이나 말에서 어떤 것은 배울 바가 있고 어떤 것은 이상하다 여겨 취하지 않는다. 그도 완전한 깨달음에 이른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부분은 여전히 탐진치의 그늘이 있고 무명의 그늘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권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글을 읽고 가끔씩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는가. 너의 수준은 낮고 내가 아는 누군가가 높은 수준이며 이런 말을 한다. 글에 깔린 색깔이 시비걸기도 하고 비아냥거리면서 한 수 가르치려고도 한다. 그래서? 당신이 옳다고 하는 그것을 잘 배우면 된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해보라. 마음에 부처님 법을 바르게 배우겠노라고 뜻을 세운 불자들인데 그 뜻이 진실하고 그 행이 바르다면 결국에는 높은 근기로 나아가지 않겠는가. 자신이 높다 생각하여 다른 이를 하찮게 여기지 말아라. 어차피 당신도 완전하지 않다. 자신이 낮다 생각하여 주눅들지 말라. 모든 이들에게 시작이 있다.


그들의 말 중에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어떤 것인고 하면 앎이 깊고 넓어지면 쉽게 가볍게 말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를 알면 그 하나를 말한다. 둘을 아는 이는 하나가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셋을 아는 이는 그것도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정말 밝게 알지 않는다면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그런 경지 아니라 말하기 어렵지만 밝게 알수록 시비를 가리는 것이 참 불필요하다는 것에 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면 알수록 안다고 할 바도 없고 안다고 말할 수도 없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만이 옳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다. 그게 아닌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왜 나는 아는 바도 없으면서 이렇게 글을 적고 아는 척을 하는 것일까? 그건 이대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나를 알면 하나를 말해 하나의 유익을 나누고 둘은 알면 둘을 말해 둘의 유익을 나누고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물론 그 안다는 것에 대해 내 개인 생각임을 여러차례 밝히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누구처럼 내 말을 따르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 어른만 숨을 쉬고 살아가는가? 아이들도 다 각자의 숨을 쉬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함으로써 세상이 건강하게 돌아가는 일에 나름의 도리를 다하며 살아간다. 내 도리를 하면서 사는 일에 시비를 걸지 말아줬으면 한다. 또 솔직히 나에게 시비거는 이들이 얼마나 많이 아는지 모르지만 그 시비거는 마음을 보면 그건 내가 배우고자 하는 부처님의 성품이 아니므로 좀 닦은 후에 말을 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의 생각이라 밝힌 것은 개인 의견이고 경전의 내용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내 생각이 당신 의견과 다른데 굳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싶다면 예의갖춰 제시하면 되고 경전의 내용은 훼손하지 말았으면 한다.


오늘 글이 좀 세게 써졌다. 이런 날도 있나 보다. 누구든지 불법을 말하고 싶다면 평등심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가 다른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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