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머물까, 떠날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4. 10. 16:48

합창단에 의도치 않게 갈등이 생겼다.

머물까 떠날까의 문제인데 떠난다 결정을 한 날에는 내 몸에 네, 다섯군데 꽂아놓은 바늘을 하나씩 다 뽑아내는 꿈을 꿨다. 진물이 나는 곳도 있었는데 옆에서 누군가 이런다. 종아리에 꽂으면 정말 멋지니 나는 종아리에 꽂아야지. 그게 얼마나 아픈데 이상한 사람이군 하면서 꿈을 깼다. 내가 합창단에서 지내온 날이 내 몸에 바늘을 꽂아대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꽂았다는 것을 알았는데 왜 그런 상황이 되었으며 그 바늘 꽂는 일이 멋진 일이라고 하는 이는 누구일지 궁금해졌다. 어찌되었든 뭔가 한참 잘못된 일들이 합창단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법화경을 오랜만에 읽는데 3시간을 읽었음에도 50페이지도 읽지 못했다. 정말 처음 겪는 이상한 현상이었다. 읽어지지 않았다. 읽는데 그렇게 되었다. 상황이 심각하게 느껴졌다. 경전도 제대로 읽지 못할 정도로 지금 많이 망가져 있음을 알아차렸다. 수행을 하다보면 경전 읽어나가면서 목소리도 읽어가는 힘도 달라진다. 아무 일 없는듯이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환경에서 지내려는 나의 노력이 스스로의 몸에 바늘을 꽂아가는 일이었다. 그것을 몰랐다. 걱정많고 욕심많고 아이같은 팀장의 마음을 맞춰주는 것이 그런 일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지금 그 갈등의 중심에 팀장이 서있는데 본인은 편안하다.  


그 이후에 합창단의 팀원들과 전화를 하고 톡을 주고 받았다. 원래 탈퇴를 하려고 했는데 2주 정도 쉬고 다시 나오든지 하는게 어떻냐는 후배의 이야기에 그러겠노라고 했다. 밤에 잠들기 전에 문득 내일 그냥 연습을 나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감기로 잠긴 목소리가 다시 나아지기를 발원했다. 약간 목소리가 좋아지면 나가겠다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냥 개인 경험이지만 불교행사와 관련되어 몸이 안좋거나 하면 그 시간동안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발원하는데 그대로 됐었다. 그런데 아침이 되니 목은 그대로였고 꿈이 좋지 않았다. 좋은 집에 어떤 사람과 있는데 그는 사람의 목을 쳐서 피를 먹는 이였고 나에게 호의적이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집으로 두 사람이 들어오길래 한 사람과 방에 들어가 문을 잠궜는데 문을 열려던 흡혈인간이 돌연 다른 출입구로 들어오려했다. 함께 숨었던 사람이 그 문쪽으로 가서 문을 열었기에 그에게 위험이 닥치는 순간이 되었다. 꿈 속인지 깨고 나서인지 명확하지 않은데 그를 위해 내 목을 내어줘야 했나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불성은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사찰의 합창단이니 불성이 흐를 것이다. 그런데 내 안의 불성은 이제 너는 지금 많이 상처받았고 합창에 나가지 않는게 좋다고 말하고 있다. 다 같이 불성 흐르고 있을 것인데 그 안에서 내가 상처를 받고 이제 좀 나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어찌보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다 아는 것이 아니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불자로서 참아내는 것이 최상이라 말할 수 있는데 작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결국 떠나라는 내면의 소리를 따른 것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 나를 괴롭혔던 사람은 떠났고 나는 지금 합창하고 있다. 지금 머물까 떠날까를 고민함에 나는 무엇을 따라야 하나. 아직은 수행이 깊지 못해 내면의 소리대로 보이고 들리지 않아 잘못된 판단을 할 때가 있는데 법계의 배려인지, 불성의 나툼인지 지금은 떠나 있으라 거듭 알려주니 부처님께 맡기고 잠시 쉬려 한다. 나를 괴롭게 하던 기도 열심히 하는 이,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많이 고민되지만 그 또한 불자이며 부처님이 계시니 모든 일들이 부처님의 인도하심으로 조용히 해결되리라 생각해본다. 힘들때 가장 좋은 것은 내 머리로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고민하기보다 부처님을 믿고 맡기는 것이다. 그리고 내 할 도리를 조용히 해나가는 것, 그것이 살면서 얻은 최상의 문제 해결책이다.


오늘 입으로 업 좀 지었다. 친구들이 찾아와, 또 전화가 와서 그 팀장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격앙되어 했는데 미워하는 것에 마음이 있지는 않다. 또 그 잘못을 돌이키니 모든 이의 마음에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만이 가득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