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찰에 기도 열심히 하기로 소문난 사람이 있다. 일단 기도의 공덕은 쌓인다는 것을 전제하고 적는다. 한 번 앉으면 몇시간을 우렁찬 소리로 관음정진하지만 그 마음씀과 언행은 아이에 가깝다. 너무도 강한 상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니 맑았다, 개었다 하는 그 마음과 언행에 따라 주변 사람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그런데 더 힘든 점은 그렇게 상대방의 마음을 헤집어놓고 나서 자신은 쿨하게 다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요 며칠 그 사람을 대해 내 마음이 불편하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가고 좋게 말하면서 달래고 했는데 지금은 나도 지친 것인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그 기도가 궁금할 때가 있다. 기도를 가벼이 여기는 것과는 다른데 그 사람보다 수행이 짧고 얕은 나도 염불하거나 경을 읽으면 내가 했던 잘못에 대해 홀연히 한 생각이 떠올라 그렇게 하면 안되겠구나 싶은 마음이 되는데 그는 여전히 사람들 마음을 헤집어 놓고 기도를 하는 모습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아직 멀은 것 뿐일까. 그냥 부처님께 맡기자 하면서도 자꾸 그 사람을 향한 불편한 마음이, 언행이 나간다.
이제 졸업한 불교 대학에서 우리 기수의 간부를 했던 이는 말로는 육바라밀, 실천불교를 주장하며 지금의 불교실태를 비판했었다. 스터디를 하자고 하여 사람들을 모았는데 그 중 어떤 이가 나에게 함께 가자고 권하여 스터디 방에 들어가니 내가 참석한 것을 못마땅해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자신이 주가 되어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었는데 내가 끼게 되니 썩 기분좋지 않나 보다 생각들었다. 그래서 바로 탈퇴했다. 그 이후 지역에서 주관하는 불교 행사에 다녀와서 조계종, 천태종 스님을 비교하는 그의 발언을 두고 내가 한마디 쓴소리를 하니 그 간단한 일에 장황한 글을 적는 것을 보고 그런가보다 했다. 그 일로 내가 좀 욕을 먹었다. 그 사람이 연장자이니 말이다. 이틀 전에 불교 대학 동문이 상을 다해 장례식장에 다녀오는데 그와 스터디 그룹을 함께 하는 이가 말하길 그 사람이 영가에 대한 축원문인가 그런 것도 엄청 잘알고 학창시절부터 불교를 공부해서 대단하고 했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수행이 깊다 하고 아무리 아는 것이 많다고 해도 그것이 행과 일치하지 않으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행이 실종된 말과 글에서도 배울 수는 있지만 그 말과 글 자체가 배울 바이지 사람에게서 배울 바가 없기 때문이다.
수행이 깊은 듯 나서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라. 그의 언행이 일치되는지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기도가 깊다면 수행이 깊다면 그런 언행이 가능할지 살펴보라. 나? 나도 별반 차이는 없다. 다만 언행이 일치해야 하며 배움이 생활 속에 스며들어야 수행으로 완성되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앎과 그를 따른 노력이 나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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