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아미타불에 닿으면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9. 1. 10:36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앉았는데 문득 염불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됐습니다. 한 달에 한 두차례 가끔 아르바이트처럼 장애인시설에 나가 대체근무를 할 뿐이라 시간이 많았는데 갑자가 정식 근무 제의를 받게 되면서 바빠졌습니다. 올해 수행 목표를 세웠는데 법화경도, 능엄주도, 염불도 저조한지라, 며칠 전부터 능엄주와 법화경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아, 염불은 정말 너무 편하게 생각해서 '내가 부처님을 생각하니 염불이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염불을 해야 될 것 같았습니다.


원래 한 천 번 정도를 할 것인데 '컵에 담아 놓은 콩을 다 헤아리자'했습니다(저는 염주 헤아리면서 콩으로 카운트합니다). 부처님 그림을 보면서 염주를 헤아리다가 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됐습니다. 어제 온라인 강좌 토론준비하다가 카페에서 밝지 않은 이야기에 신경을 쓴 여파인지 머리가 맑지 않은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아, 그런데 염불. 정말 좋네요. 다른 때에 비해 부처님에게 집중을 한 것도 같습니다. 점차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하더니 목에 답답하게 걸려 죽을 것 느낌을 주는 가래있는 그 곳에서 다른 이가 하듯 염불이 네 댓 번 함께 흘러나옵니다. 그냥 목에 걸려서 소리가 나는 것과 비슷한데 내가 하는 염불소리와 별도의 염불소리라 조금 생소하더군요. 뭐,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것에 마음쓰면 이상한데로 빠지기 쉬워집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튼 그러다 목이 좀 편안해졌다는 것입니다. 염불이 약입니다.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평소 저에게 좋지 않은 시각을 갖는 사람인지라 미워하지는 않지만 불편한 마음이었습니다. 가시같은 존재처럼 느낀다 하면 적절할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런 걸림과 불편한 감정없이 그대로 그 사람이 마음에 담겼습니다. 미묘하여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데 그 사람도 염불자로서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됐습니다. 그의 모습이 그냥 밝게 마음에 인식되었습니다. 또 나로 인해 불편해하는 그 마음을 넘어가지 못하면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 앞에 미소짓는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이 잘되도록 마음써주라' 모든 중생이, 수행자가 부처님이 귀히 여기고 사랑하는 자라는 사실이 실감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우리는 모두 귀한 자입니다.


늘 염불이 불성에 닿는 일이라 생각하고 말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역시 염불이 그런 일임을 다시 한번 경험했습니다. 어머니처럼 품어주고 자비롭게 이끄시는 불성을 온전하게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염불을 하시나요? 그럼 부처님의 자비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로써 우리는 밝아지고 편안해집니다.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에 들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염불이 좋습니다. 게으른 염불자였던 나를 반성합니다. 법화경도, 주도, 염불도 한결같이 좋은데 생각해보면 다 그 맛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염불은 포근하고 안락하며 밝아지는 맛입니다. 한 시간도 채 안되는 염불이었는데, '이게 염불이구나. 이게 아미타부처님의 불력이구나' 라는 깊은 인상을 받은 감사한 시간을 공유하고자 적어봅니다.


'그 사람이 잘되도록 마음써주라' 이런 불자의 삶을 이루도록 정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