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어머니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8. 24. 07:39

카페에 가끔씩 어머니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있다.

어제도 어머니의 과거사를 거론하며 자신의 고통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그 고통을 가벼이 보는 것도 아니고 그 사정을 다 알수도 없으니 외부사람이 이러니 저러니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닿아있는 불교는 근본적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공부지, 남을 변화시키는 공부는 아니다.

나로 시작된 모든 변화로 인해 다른 이들까지 좋은 변화로 이끌어가는 공부이다.

그러므로 당신때문에 괴롭다는 생각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외부상황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나에게로 생각의 촛점을 옮기고 나를 변화시키는 것에 집중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내 마음이 넓어지고 깊어짐에 따라 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가끔은 내 상태에 따라 대상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포용할 능력이 하나이면 하나만큼만 교류하는 것도 괜찮다.

내 능력이 안되면서 너무 깊이 개입하는 것도 욕심이고 집착이다.

모든 욕심과 집착은 결국 고통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선한 목적의 욕심과 집착이라도 끊임없이 괜찮은 것인지를 확인하고 내려놓는 작업을 해야 한다.


공부가 깊어지면 나와 남이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남이 편안해야 나도 정말 편안할 수 있다는 마음에 닿을 때가 있다.

그래도 미워하는 이를 포용하는 마음이 쉬이 들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 때는 이렇게 해보면 또 도움이 된다.

세상이 편안하길 원하는 나인데 당신을 미워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를 의식적으로 반문해보라.

또 인과를 믿을진대, 당신을 괴롭히는 그 사람은 지난생에 어떤 고통을 당신으로 인해 받았기에, 오죽 했으면 이번생에 이런 고통을 나에게 주는가를 의식적으로 생각해보라. 그 인과가 보이면 크게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확대해보라. 나도 그도 불행하지만, 나는 그래도 불법을 알아 이 과정을 거치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자기 잘못도 깨닫지 못하니 다음생도 크게 즐거울 일이 없을 것임을 생각하면 어리석은 굴레를 반복해가는 그가 다만 불쌍할 뿐이다. 내가 미워하지 않아도 이미 그 앞에는 고통을 가득 주는 과보가 기다리고 있다.

다 받을만하니 이번생이 펼쳐진 것이라는 생각만 놓치지 않는다면 무엇을 그리 원망하며 살 것인가? 다만 몰라서 드는 어리석은 마음이지 않을까?


20년을 어머니를 위해 무언가를 노력해왔다는 그 사람에게 사실은 묻고 싶었다.

그 20년에 무엇을 했는가?

참으로 어머니를 수용하고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마음을 써왔는가?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나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여전히 원망과 미움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20년을 참아왔다고 한들 그 노력이 어디에 닿아 무엇을 변화시키겠는가?

20년을 지나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밝히지 못하는 그 사람이 무엇으로 어머니의 삶을 밝힌다는 말인가?

물론 그가 기도하고 어머니를 위해 회향한 그 공덕은 분명 어디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진실로 한 발 더 나아가기를 청한다.

딸에게서 부처를 느껴야 어머니도 비로소 변화를 위해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말로는 어머니가 편안하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여전히 원망과 질책의 마음을 벗어나지 못한 딸에게서 어머니는 믿음을 안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베풀었다면 베풀었다는 생각조차 떠나라.

모든 자녀가 다 떠나도 자신은 어머니에게 도리를 다한다는 그 생각조차 떠나라.

바라는 마음없이 그저 줄 수 있는 것을 다 줄 수 있을 때, 그 복이 가장 크다.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 때가 또한 온다.

어머니를 이번 생에 만나 이렇게 좋은 끝맺음을 맺고 서로의 삶을 밝힐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는 생각이 들 때가 올 것이다.


내가 만난 불법은 이런 것이다.

좋은 것을 가까이 하면 그렇게 변한다.

우리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양서를 읽고 권하는 것은 좋은 것을 접해야 그리 변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물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이겠는가?

일반 양서들과는 격이 힘이 다르다.

그러니 경전을 꾸준히 읽어 생각과 마음에 좋은 양식을 주고, 염불해서 부처님과 가까이 하며 마음의 힘을 키워라.

화가 나면 염불해라.

업짓는 사사로운 생각보다 더 유익함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