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부부가 집에 다녀가면서 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리고는 어머니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한다. 그저 아버지 즐거움이니 그 누구도 용돈의 행방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는데, 어제는 어머니가 날이 춥다면서 옹심이 칼국수를 먹으러 가자, 당신이 한번 쏘라고 하신다. 12시에 맞춰 인근의 나름 유명한 음식점으로 갔는데 번호표를 나눠준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인건비가 오르면서 인력문제가 생겨 영업시간을 단축한다고 붙어있는데, 그렇게 붐비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손님 맞는 것을 보니 일하는 사람이 많이 교체된 듯 초짜의 냄새가 솔솔 풍겼다.
애피타이저 같은 보리밥이 조금 나온 후 시간이 오래 경과되었는데 우리 테이블과 함께 교체되기 시작한 어느 손님도 음식을 받지 못했다. 어머니 말을 들으니 사람들 시선이 음식 언제 나오나 싶어 주방으로 쏠려 있다고 했다. 나도 여러차례 일어나서 주방 상황을 살피니, 한번에 그릇을 열개도 넘게 펼쳐 놓고 국수를 나누는 모양새가 어설프기 그지 없다. 전에는 음식이 그때 그때 나왔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한번에 대량으로 끓여서 주는 시스템으로 바꾼 것인지, 일의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지 빨리 온 사람이나 늦게 온 사람이나 한번에 음식을 먹게 되는 그런 모습이다.
배고프기 시작한 어머니의 예민함이 좋지 않은 악평으로 이어졌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이고 좋은 말이 아니니 해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는 나의 말에 동의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급기야는 직원을 불러 '음식이 언제 나오냐'며 싫은 소리를 한마디 던지신다. 신기하게 배고픔에 민감한 아버지는 한마디 불만도 없이 그냥 점잖게 앉아 계셨다.
음식을 만드는 이가 익숙하지 않아서 안그래도 곤란해하고 있을텐데 거기에 싫은 소리를 보태서 좋을 일이 있겠냐, 오히려 덕담을 해주는 것이 좋다, 서빙하는 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 사람에게 그러느냐, 원래 우리나라 음식이 빨리 나오는 것이라 이게 늦게 느껴지는 것이다, 음식 가져오는 이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 그 음식에 좋은 기운이 담기겠냐며 이런 저런 이야기로 어머니의 마음을 달랬지만 어머니는 내가 아직은 그런 수준이 안되었다고 하시면서 호호호 하신다. 늦었지만 나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부모님을 모시고 치과로 향했다. 나이가 드시니 이리 저리 병원 갈 일이 많은데 어쩐 일인지 두 분 모두 치아에 문제가 생겨서 동시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휴대폰을 보며 치과 홀에 앉아있는데 옆에 게시던 어머니가 화장실로 사라진지 10분이 넘어도 나오지 않으시는 거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들어가니 배탈이 나셨다고 한다. 그렇게 진료를 받으면서 두 번 넘게 화장실에 오래 앉아계셨는데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내가 마음 곱게 쓰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싶다. 그런 생각이 든다.
어머니의 말을 그대로 옮기기가 난해해서 간단하게 표현했지만 어머니는 이 일로 인해서 많은 것을 느끼신 듯 했다. 큰 인상을 받으신 듯 했다.
사실 누구나 이런 말을 할 것 같다. 어머니 배탈의 이유는 과학적으로 따질 수 있다고. 물론이다. 하지만 그 안의 실상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른다. 빠르게 나타난 인과인지, 그런 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머니에게 가르치기 위함인지 불교적 관점에서도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렴 어떠랴. 이제 어머니는 하지 않아도 될 악담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 배탈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든 그 말에 동의한다. 배탈로 인해 어머니가 더 좋은 생각에 머무를테니 그걸로 족하다. 배탈이 어머니의 선지식이 될 줄이야 생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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